이익 안 내고 싸게 파는 사회적 기업형 주유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9호 22면

L당 2000원을 오르내리는 휘발유값을 놓고 연초부터 시끄럽더니 급기야 정부가 대안(代案) 주유소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대안 주유소는 이익을 거의 내지 않고, 기름을 싸게 파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형 주유소다. 기존 주유소의 대안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다.

알기 쉬운 경제용어 대안 주유소

주유소 부지는 국·공유지나 공영개발 택지를 활용하고, 운영은 공익단체·공공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주유소를 해보겠다는 대기업도 환영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름은 정유사를 거치지 않고, 석유공사 같은 공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직접 사들여 공급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정부는 사은품 등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셀프 주유를 원칙으로 하면 기름값을 L당 70~100원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존 주유소의 10% 선인 1300개까지 대안 주유소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와 주유소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품목의 시장에 개입해 가격결정 구조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가격 고시제로 돌아가는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안 주유소를 여럿 지을 정도로 부지가 많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고, 주유소가 포화 상태인데 더 만들면 업계가 공멸한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게다가 정부는 대안 주유소가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도록 보조금 지급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근거로 정유업계와 주유소들이 대안 주유소를 국영 주유소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 주유소 구상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어찌 됐든 소비자 입장에선 대안 주유소가 나오면 지금보다 싸게 기름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비호같이, 내릴 때는 미적미적’ 기름값을 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대안 주유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복잡 미묘하다. 정부도 대안 주유소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다들 주장하듯이 통 크게 유류세를 깎아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바닥이 보이는 재정 형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업계도, 소비자도 진퇴양난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