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채권처럼 신용등급 매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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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앞으로 펀드에도 채권처럼 신용등급이 매겨질 전망이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신용평가회사(신평사)가 자산운용사로부터 펀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신평사는 펀드의 운용자산을 토대로 위험도를 분석해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다.

 펀드에 대한 신용평가는 펀드에 투자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늘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현재 펀드 상품을 고를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과거 수익률과 운용전략 정도다. 그러다 보니 개인투자자는 증권사 등 펀드 판매자의 상품 설명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의 위험 정도를 등급으로 평가하듯이 펀드도 신용등급으로 구분해 투자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게 됐다. 우선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 혼합형펀드 등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가 신용평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신정평가 등 신평사들은 “신용평가를 통해 펀드의 신용위험이 투명하게 공개돼 합리적 투자 판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기존 펀드평가사는 “현재 펀드에 편입 채권은 대부분 안전한 A등급 이상인데 추가로 펀드 신용등급을 매기는 게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용평가를 받게 될 자산운용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게 아니라 두고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펀드 신용평가는 펀드 시장이 활성화된 선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이미 1984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각국에선 무분별한 투자를 규제할 목적으로 펀드 신용평가를 허용하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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