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연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州 샌호제이에서는 컴퓨터 게임 개발업자 회의가 열렸다. 연단에 오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社 회장은 농담 한 마디로 분위기를 돋운 후 녹색의 ‘X’字가 새겨진 가죽재킷을 입는 동작으로 관중의 시선을 끌었다.

그 순간 마이크로소프트측 직원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일본식 정원의 모습을 무대에 연출했고, 그 정원을 가득 메운 수천 마리의 나비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며 허공에 ‘X-Box’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관중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그것은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야심적인 비디오게임기 ‘X-박스’의 개발 완료를 공식 선언하는 이벤트였다. 2001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X-박스는 마이크로소프트社가 문화적 최신 정보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알 수 있는 시금석이자, 게임기 시장의 선두주자인 소니社에 던지는 도전장이기도 하다.

소니社가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2(PS2)는 발매 이틀 만에 일본에서 98만 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PS2처럼 X-박스 역시 각종 최첨단 게임을 즐길 수 있고, DVD(디지털 다기능 디스크) 플레이어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그러나 X-박스는 더 큰 기억 용량과 내장된 이더넷 및 8기가바이트의 하드 드라이브 덕분에 PS2보다 속도가 倍나 빠르다.

X-박스가 미국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PS2보다 1년쯤 늦은 시점에나 가능한 일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측은 그런 약점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지금까지는 제대로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X-박스의 앞길에는 다른 장애물들도 있다.

그런 장애물들 중 주요한 것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社가 소비자들보다는 기업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더욱 능숙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X세대와 Y세대 젊은이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社가 멋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대 장애는 가격인지도 모른다. 현재 인텔社는 X-박스(6백MHz 용량의 펜티엄Ⅲ급)를 구동시키는데 필요한 컴퓨터칩을 개당 4백25달러에 공급하고 있다. 반면 소니의 PS2에 장착되는 칩의 가격은 통틀어 3백60달러에 불과하다. 제라드 클라우어 매티슨社의 시장분석가 숀 맥가원은 “X-박스가 시장 점유율에서 1위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선 닌텐도社를 상대로 2위 자리를 다투는 데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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