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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여군 급증…신체변화까지 겪는 그들이 가는 곳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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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군 내 여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에 따른 아사자와 탈북자가 늘면서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남성들마저 징집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여군이 증가하는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201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의 병력은 119만여 명으로 이 중 여군 비중은 10%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3.5%)에 비하면 크게 높다. 북한의 여군 비중은 1990년대 2%대였던 것이 2000년대 들어 5%인 5만5000여 명으로 늘었고, 최근에 10%를 넘어선 것으로 국방부는 분석하고 있다. 일부 북한전문매체는 북한 내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40%에 육박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도쿄신문은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올해 설에 모 부대를 방문해 "군대에서 여성의 비율을 줄이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시가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 지시에 대한 현실성은 떨어진다. 인구 감소추세가 뚜렷한 데다 여군 복무를 독려하는 당사자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와이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의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박사는 몇 해 전 뉴욕타임스(NYT)에 "북한의 징집대상 남성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졌다"며 "북한 인구의 2%가 최근 수년 간 중국으로 탈북했고, 또 다른 5%가 1990년대 중반의 기근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징집대상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젊은 남성의 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군에 가면 각종 혜택이 따랐다. '선군정치' 때문이다. 그래서 징집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돈벌이를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 젊은 남성들이 징집을 회피하고 작은 기업이라도 들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북한 인민무력부 대열국의 초모생 모집 계획은 9만5000명이지만 9만 명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미국 RFA).

이렇게 되자 북한은 2003년 징집연령을 16세로 낮추고 최소 신장을 145㎝로 줄이는 한편 여성을 징집하기 시작했다(NYT). 한국국방연구원의 송영선 책임연구원은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한 36개 군부대 가운데 3분의 1이 여군부대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여성에 대한 징집은 비교적 활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08년 적발된 여간첩 원정화는 15세인 1989년부터 특수부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북한군 내 여군이 급증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2009년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소학교 학생(초등학생)은 150만 명이다. 그런데 중학생은 220만 명이다. 초등학생이 70만 명이나 적다. 시간이 흐를수록 군인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120만 명에 달하는 군대의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군을 더 충원할 수 밖에 없다.

◇영양상태 심각, 부적절한 일도 빈번=

북한 여군의 편제는 대대급부터 사단급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북한 여군이 되려면 성분이 양호하고 신체가 건장해야 한다. 남자와 동일한 훈련을 받고 배치된다.

다만, 여군들은 고사포 대대의 14.5㎜ 고사기관총 중대에서 집중적으로 신병훈련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북한 여군은 해안포병부대에 집중 배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북한군 당국은 여성들을 상대로 '흰 파도 넘실대는 해안포 진지로 오라'는 노래를 만들어 보급할 정도다.

물론 예외는 있다. 신병을 배치할 때 인물이나 집안의 배경이 좋은 여성은 편안한 사단 군의소(의무부대) 등에 배치된다고 북한 여군 출신 탈북자들이 전하고 있다. 여군이 배치되는 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폭격비행대인 IL-28 폭격기 조종사는 모두 여군이라는 북한 공군출신 탈북자의 증언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여군이 늘어나지만 예전과 달리 군부대 사정이 열악해 여성들이 인권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군부대 입대는 딸자식을 굶기지 않으려는 부모의 속내도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 북한 군부대의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군량미나 부식재료 등을 구해오도록 휴가를 보내줄 정도다. 2006년 입국한 김옥희(32·가명, 4·25훈련소 근무)씨는 2007년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여군들의 영양상태가 심각해 가슴이 작아지고 생리가 몇 달씩 끊기는 등 영양실조에 걸린 여군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 "여군이 얼어붙은 배추밭에서 배추시래기를 줍는 모습은 눈뜨고 봐줄 수 없었다"며 "이불도 부족해 백포(홑이불) 한 장으로 겨울을 나야 했던 군생활이 정말 고역이었다"고 전했다. 부대 내 기강도 문란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급과 노동당 입당을 위해 상급지휘관에게 성상납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당에 입당한 여성을 남자 군인들은 '몸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김진희 기자, 유혜은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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