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벤처, 중견간부·관료 영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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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은 최근 3명의 이사를 한꺼번에 보강했다. 재정경제부의 고참 사무관(36) 과 삼성물산의 차장(37) , 제일기획과 한국통신프리텔을 거친 인물(39) 을 스카우트했다.

벤처기업인 온앤오프도 문선목 산업자원부 서기관(37) 과 김석준 재경부 사무관(30) 을 데려온 데 이어 다음달까지 광고대행사.증권사.컨설팅회사의 30대 부.차장급 30명을 추가로 채용해 허리를 보강할 예정이다.

벤처기업의 스카우트 풍향(風向) 이 바뀌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20대 후반의 대기업 주임.대리.사원급을 선호하던 벤처들이 최근엔 오프라인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30~40대 중간 간부와 전문경영인에게도 스카우트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인터넷 허브사이트인 인티즌은 공병호 자유기업원 원장을 공동대표로 영입해 투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의 야후가 창업자인 제리 양이 사이트와 관련한 기술적인 부문을 맡고, 팀 쿠글 CEO 겸 회장이 대내외적인 경영을 전담하는 이중 구조를 그대로 본뜬 것이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에는 원로기업인 등도 벤처기업에 합류하기 시작해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장관과 나종일 민주당 총재특보,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이 벤처기업에 둥지를 틀었다.

배회장을 영입한 리눅스원은 "벤처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며 "전문경영인의 풍부한 경험과 벤처의 역동성을 접목시켜야 비로소 윈.윈게임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벤처의 스카우트 방향이 달라진 결정적 계기는 지난 15일 코스닥위원회가 건잠머리컴퓨터.쓰리소프트 등 12개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옥션.쌍용정보통신 등 2개 업체에는 등록보류 결정을 내리면서부터.

옥션의 배동철 기획이사는 "이제는 빠른 시간 내 회사 골격을 갖추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해야 코스닥에 오를 수 있고, 이를 위해 오프라인 분야의 경영 노하우를 수혈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고 말했다.

옥션은 대기업 중간간부들이 합류하면서 3백개 주요기업과 자연스럽게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기업간 상거래(B2B) 분야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인터파크와 팍스넷도 재무.관리.마케팅 분야의 중간간부직을 대거 보강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로 일어선 벤처들은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의 영입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와 산자부의 30대 중반 서기관.사무관들이 스카우트 대상 1호.

삼보컴퓨터는 국민PC 보급을 주도한 정통부의 강문석 지식정보산업과장을 중국관련 인터넷 사업부문 대표로 영입했''고, 다우기술은 산자부의 권용원(39) 산업기술 개발과장을 미국 실리콘 밸리 현지법인 대표로 스카우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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