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이러다 ‘서울시 예술구’ 되겠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이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과거 허름한 공단 이미지는 훌훌 던져 버렸다. 주변 구로·가산 디지털 단지에 힘입어 IT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그 뿐인가. 신도림역 바로 옆엔 51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두동이 세워졌다. 최고급 호텔과 백화점도 떡 하니 자리를 잡았다. 이름하여 ‘디큐브 시티’. 또 하나의 가상 도시를 건설중이다. 그 중 가장 노른자위 땅에 들어선 건 다름아닌 ‘디큐브 아트센터’란 공연장이다. “IT 메카를 넘어 구로 지역을 공연예술의 메카로 만들어 버리겠다”란 야무진 계획이다.

#9층에 공연장이 있다?

디큐브 씨어터는 1층 680석, 2층 510석, 오케스트라 피트 38석 등 1200여 석으로 구성됐다. 객석과 무대의 최대 거리가 28m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먼 구석 자리에서도 무대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K1 시리즈 스피커 등 음향 시스템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다. [디큐브 아트센터 제공]


 이토록 사람들이 번잡하게 오가는 곳에 공연장이 설치된 적은 없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이나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보여지듯, 공연장이란 조금 한적한 공간에 세워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반면 디큐브 아트센터는 초고층 빌딩 틈바구니에 자리해 있다. 백화점과 사무실, 호텔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고희경 극장장은 “시장 바닥 한복판에 극장을 차린 셈이다. 다소 어렵게 다가왔던 공연 예술을 보통 사람 눈높이와 맞추자는 의도”라고 전했다.

 아트센터는 두개의 극장으로 구성된다. 1200여석의 대형 극장인 ‘디큐브 씨어터’와 500석의 중극장인 ‘스페이스 신도림’이다. 특히 디큐브 씨어터는 9층에 위치해 있다. 대형 공연장이 이토록 높은 곳에 건립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화재 등 사고시 대피 문제, 대형 무대 세트의 진입 어려움 등으로 지금까진 “대형 공연장은 3층 위로 올라가선 안된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오득영 팀장은 “쇼핑몰 안에 극장이 위치해 주차 걱정 없으며, 모유 수유실도 있다. 쇼핑·식사·공연 관람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는 “라스베이거스·싱가포르·도쿄 등에도 상업 시설이 밀집한 고층에 문화 공간이 들어선다. 문화 향유를 상품 판매와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건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공연 예술 생태계 구로

 디큐브 씨어터의 개막 공연은 ‘맘마미아’다. 8월30일에 시작한다. 내년엔 국립발레단과 연계한 상설 프로그램도 구상중이다. 고희경 극장장은 “공연 예술로부터 다소 소외됐던 서남권 지역 주민의 문화적 갈증을 채우겠다”고 전했다.

 신도림역·영등포역 등 구로구 일대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공공 기관이 이 지역을 찾았고, 문래창작촌·문래예술공장 등 예술가들의 작업실도 마련됐다. 2009년 건립된 500석 남짓의 CGV팝아트홀에선 지난해 뮤지컬 ‘그리스’와 ‘아이 러브 유’를 공연했다. 두 작품 모두 90%를 상회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CJ 김준희 팀장은 “타임스퀘어에 강남 고객이 많듯, 이제 ‘오늘 공연 보러 구로 가야지’란 말이 곧 회자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