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고려항공, 페이스북 친구에 "장난하냐?"고 소리친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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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진=고려항공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북한의 유일한 민간항공사인 고려항공이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없지만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해 세계 각국의 네티즌 1200여 명과 '친구'를 맺어 제법 활발한 공유를 하고 있다. 지난 5일엔 최근 개통된 평양~상하이를 잇는 직항 노선에 대한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했고, 이달 초엔 고려항공의 승무원 사진 등을 업데이트했다. 사진에 공개된 고려항공 승무원들의 유니폼은 빨간색 치마 정장이다. 머리는 하나로 단정하게 묶는다. 한눈에 봐도 빼어난 미인들이다.

비즈니스석의 기내식은 빵과 소시지, 볶음밥과 나물 등이 제공되고 있다. 비즈니스석에는 개인용 VOD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이 VOD로 어떤 영상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려항공은 최근 새로 건설한 평양 순안항공 신청사의 사진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사진=고려항공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고려항공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 취항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려항공 페이스북에는 러시아나 노르웨이 등 유럽인들의 글이 대부분이다. 고려항공도 이런 점을 감안해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때 "예수 탄생과 부활을 축하한다"는 기념 메시지를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정교의 교회당에서 신부 2명이 포즈를 취하고 서 있는 사진도 있다. 평양 낙랑구역 정백동에 세워진 정백사원(삼위일체교회)이다. 이 교회에서 북한 어린이가 종교의식을 행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다. 고려항공 페이스북의 유저들은 고려항공 측의 부활절 메시지와 러시아정교 사진을 보고 "진짜 북한이 맞는가?"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의 실정을 아는 유저들로선 납득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고려항공 측은 친절하게 "진짜 북한이다"라며 답글을 했다.

종교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어떻게 평양 한복판에 러시아정교도 교회당이 들어서게 됐을까. 때는 200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고 러시아정교회 전통 성화인 '이콘'을 선물받았다. 김 국방위원장은 평양에 정교회 성당을 건립해 보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약속에 따라 러시아정교 사원공사에 들어가 2006년 완공됐다. 교회당에는 신부 2명이 봉직하고 있다. 대외 선전용이라는 분석이다.

인공위성으로 본 러시아정교 사원 전경
[사진=구글맵]

평양에 근무했던 진 H. 리 AP통신 서울지부장은 24일(현지시간) 북한의 생활상을 담은 특집 기사를 내면서 고려항공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이달 초 한 페이스북 유저가 고려항공에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달라"고 제의했다. 그랬더니 답변이 가관이었다. 고려항공은 "장난하는가(You kidding right)?"라고 답한 뒤 "온라인 체크인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일단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고 한다.

고려항공은 중국 베이징,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쿠웨이트의 쿠웨이트시티 등 전세계 20여 개 도시를 취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항공 기종은 러시아산으로, 대부분 상당히 낙후돼 있다. 지난 4월엔 러시아산 새 항공기(Tupolev-204) 2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항공기가 유럽연합(EU)의 ‘취항 제재 항공사 명단(operational restriction)’에 올라 유럽 취항이 금지되는 굴욕을 겪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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