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봄(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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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카프만 감독의 영화 '프라하의 봄'은 1968년 프라하의 한 병원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토마스(다니엘데이 루이스)는 아주 똑똑하고 젊은 외과의사로 미혼인데다 지독한 여성편력자로 현재도 화가 사비나(레나올린)와 속박없는 사랑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날 작은 온천마을로 출장을 간 토마스는 까페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처녀 테레사(줄리엣비노쉬)를 만난다. 그녀는 '안나카레리나'를 읽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토마스는 프라하로 돌아가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비나의 품으로 향한다. 얼마후 약속도 없이 테레사가 토마스의 아파트로 찾아온다. 토마스는 어떤 여자와도 하루밤을 같이 보내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을 깨뜨리고, 테레사와 함께 밤을 지내고 함께 사는 것 까지도 허락한다.

그러나 그가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청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테레사로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된다. 토마스의 설득으로 사비나는 테레사가 잡지사의 사진기자직을 얻도록 도와준다. 테레사의 첫번째 사진집 출판을 기념하기위해 세 사람은 병원동료 둘과 더불어 젊고 자유분방한 체코인들이 즐겨 찾는 댄스클럽을 찾아간다. 그곳에 체코 관리와 소련 장교가 있었는데, 토마스는 스탈린 시대에 잔혹한 행위를 일삼던 지도자들이 그뒤 죄를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아직도 권좌에 머물러 있는 것에 의문을 느낀다. '난 외디프스왕을 생각해 봤어. 외디푸스와 아들의 죄과가 근친상간과 비슷할까? 외디푸스는 모르고 자기 아버지를 죽였어. 근친상간하여 그 죄값으로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자신을 용서 할 수 없어서 제눈을 뽑고 길을 떠났지. 죄의식 때문에 자신을 벌한 거야.

그러나 우리의 지도자들은 외디푸스와는 달리 자기들은 결백하다고 생각해. 그들 정권의 잔혹성이 드러난 후에도 몰랐다고 변명하지. 양심에 거리낄게 없다고.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거야…' 외과과장은 토마스에게 그러한 내용을 잡지에 기고하라고 권한다. 테레사는 같이 간 젊은 의사와 춤을 추는데 토마스는 질투의 아픔을 느낀다. 테레사는 토마스가 질투하고 있음을 알고 너무나 기뻐 결혼하자고 졸라대고 결국은 결혼을 한다. 그러나 토마스의 방탕한 생활을 계속되고 테레사는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소련군의 탱크가 프라하의 거리로 밀려 오는데…

영화 '프라하의 봄'은 1968년의 이른바 '프라하의 봄' 시기로부터 소련 등 바르샤바 조약기구군 20만에 의한 무력개입시대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남과 여의 아름답고도 애절한, 때로는 에로틱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영상으로부터 체제의 권력앞에 선 개체의 무력함,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열정적이고도 에로틱한 변호, 때때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불변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의미로 전달되어 온다. 밀라쿤데라의 원작에는 소설적 서술에 못지 않는, 전문적인 작가의 음악적 표현이 많이 담겨 있다.

원래 영화 '프라하의 봄'에서도 원작에서처럼 베토벤의 음악을 사용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원작자 밀라쿤데라가 체코의 민족음악 작곡가 레오쉬야나체크(1854~1928)를 제안한 것이다. 그의 의견은 '베토벤만큼 어둡지 않고, 약간 심플하다. 무엇인가 심플한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작곡가들이 바그너의 '무거움'을 좋아하던때, 야나체크는 그 흐름에 역행하여 그의 조국 모라비안들의 민속음악이 지닌 쾌활한 가벼움을 좋아했는데, 그의 화려한 멜로디 라인이야말로 감독 필립카프만이 원하던 것이기도 했다.

필립카프만의 말을 빌자면 야나첵은 '소설에 나오는 체코인의 기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존재하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존재하지 않음의 공포, 그 자체이다'라는 것이다. 영화에 사용된 곡은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 제 2번 비밀편지' '요정이야기' '안개속에서'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 '피아노를 위한 카프리치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원시곡'외에 체코민요 '요이, 요이, 요이'와 체코여가수 마르타쿠비노바가 노래하는 비틀즈의 'Hey Jude'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곡은 영화 구상의 근본에 있는 음악적 구성의 의도에 일치하고 있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순환과 패러독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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