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하우스 “고엽제 묻은 것 사과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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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제기한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왼쪽)와 필 스튜어트가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경북 칠곡군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묻었다고 증언한 전 주한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54)가 시민단체인 ‘주한미군 고엽제 등 환경범죄 진상규명과 원상회복 촉구 국민대책회의’(이하 고엽제대책위) 초청으로 24일 한국에 왔다.

 이날 오후 5시10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하우스는 공항에서 가진 짧은 기자회견에서 “1978년 캠프 캐럴에서 근무할 당시의 고엽제 매립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 한국을 찾았다”며 “고엽제를 묻은 것에 대해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엽제 노출로 인해 합병증을 앓고 있다고 말해 온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장시간 여행으로 지친 모습이었다. 하우스는 “자세한 내용은 25일 국회에서 열리는 ‘증언대회’를 비롯, 28일까지의 일정을 통해 밝히겠다”며 곧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 거주하는 하우스는 올 5월 미국 KPHO-TV 등과 인터뷰에서 “1978년 봄부터 가을까지 55갤런(208L)의 밝은 노란색 또는 오렌지색 드럼통을 한 번에 30~40개씩 10여 차례 매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주한미군 장교 출신인 필 스튜어트(63)도 고엽제대책위 초청으로 입국했다. 스튜어트는 주한미군 중위로 근무하던 68~69년 임진강에 고엽제를 방류했다고 폭로했었다.

 하우스와 스튜어트 두 사람은 25일 고엽제대책위와 민주당·민노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하는 ‘증언대회’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26일에는 임진강 근처에 있는 경기도 파주시의 캠프 피터슨과 캠프 이던알렌을, 27일에는 칠곡군 캠프 캐럴을 함께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한다. 28일에 하우스는 강원도 춘천의 캠프 페이지를, 스튜어트는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을 방문한 뒤 29일 출국한다.

 한편 미군 측은 캠프 캐럴에 매립했던 고엽제 드럼통은 이미 외부로 반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한·미공동조사단도 시추 조사까지 진행했으나 헬기장 부근에서는 드럼통을 발견하지 못했다. 조사단은 현재 캠프 캐럴 내 41구역과 D구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헬기장에서 시추를 통해 채취한 토양시료의 분석 결과는 다음 달 말께 공개될 전망이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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