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따가웁게’ 내리쬐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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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따가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꼬리에 꼬리를 물고 힘겨웁게 나아가는 자동차 행렬….” 휴가철을 맞아 42만 대가 넘는 차가 서울을 빠져나가며 도로가 몸살을 앓는 풍경이다. 휴가철마다 반복되는 이 장면에서 잘못된 점을 찾는다면?

 ‘따가웁게’ ‘힘겨웁게’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따갑게’ ‘힘겹게’로 활용하는 게 바르다. 두 단어 모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연결되면 어간 끝받침 ㅂ이 ‘우(오)’로 바뀌는 ‘ㅂ불규칙활용’을 하므로 ‘따가웁게’ ‘힘겨웁게’로 활용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따가워(따갑+어), 따가우면(따갑+으면), 따가웠다(따갑+었다)’처럼 활용된다. ‘힘겹다’도 마찬가지로 ‘힘겨워, 힘겨우면, 힘겨웠다’로 바뀌는 게 맞지만 ‘따갑게’ ‘힘겹게’는 다르다. ㅂ받침 뒤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게’가 연결됐으므로 ‘우’로 바뀔 이유가 없다.

 시나 노래 등에서 운율이나 가락을 맞추기 위해 “발걸음도 흥겨웁게” “즐거웁게 춤추자”와 같이 흔히 표현하지만 ‘흥겹게’ ‘즐겁게’로 바루어야 한다. ‘그리웁게, 무서웁게, 싱거웁게, 우스웁게, 정다웁게’도 마찬가지로 ‘그립게, 무섭게, 싱겁게, 우습게, 정답게’로 활용하는 게 바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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