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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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전형이 평가하는 자료 중 핵심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다. 자기소개서는 학교생활기록부가 보여주지 못하는 지원자의 생각과 열정을 표현하는 도화지다. “좋은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이 한 편의 재미있는 영화를 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싣는 순서
① 입학사정관전형 제출서류 점검사항 ② 입학사정관전형 제출서류 작성법 ③ 입학사정관전형 심층면접 대비법

역경 극복은 의미있는 성장경험을 담아야

자기소개서의 질문은 크게 8개 요소로 구성된다. ▶성장과정(가정환경)▶지원동기▶지원전공 관련 활동과정▶학업·진로 계획▶자기주도적 학습경험·활동▶역경극복 경험(목표성취 과정)과 교훈▶자신의 장·단점▶창의성·리더십 발휘 경험. 각 요소의 배합에 따라 대학별로 질문이 4, 5개로 압축된다.

각 요소에 어떤 대답을 쓸지는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질문의 핵심과 지원자의 경험을 연결하는 답변이 좋은 인상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상에듀 이치우 평가실장은 “자기확신에 찬 대답이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기”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왜’ ‘어떻게’란 물음을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져 대답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소별 답변 범위를 살펴보면, 성장과정은 특정 사건을 경험하거나 깨달은 약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성숙한 지원자의 변화를 보고 싶어한다. 지원동기와 지원전공 관련 활동은 전공 선택에 영향을 준 사건·인물·독서 등을 활용해 내용을 꾸미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학업·진로 계획은 학업과 진로가 연계돼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면 어떤 학문을 공부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 어떤 분야로 진출할지 탐색해 제시하는 것이다. 자기주도적 학습경험·활동은 학업성취에 도움이 된 자신만의 공부법과 활동을 묻는다. 전공과 관련된 교내·외 교과·비교과 활동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역경극복 경험은 입학사정관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내용이다. 서류뿐만 아니라 면접과정에서도 수 차례 반복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뚜렷한 목표를 세워 도전한 시행착오를 듣고 싶어한다. 이투스청솔 이종서 교육평가 연구소장은 “그러나 19살 고교생이 파란만장한 삶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며 “남 보기에 단순해도 자신을 성숙시킨 의미 있는 경험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장·단점 보완 노력, 창의성·리더십 발휘 경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소장은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줄거리처럼 씨줄과 날줄로 엮을 것”을 당부했다.
 
진실을 일관되게 쓰면 설득력 커져

제시된 글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경험과 교훈’에 대해 쓴 자기소개서의 나쁜 글과 좋은 글의 예시다. 나쁜 글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면 좋은 글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알수 있다. 나쁜 글 예시를 보면, 먼저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 눈에 거슬린다. 시작과 끝 부분엔 알맹이 없는 철학적인 표현으로 꾸며져 고루한 느낌을 준다. 문장도 길어 읽기에 불편할 정도다. 이 소장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의 느낌과 면접의 느낌이 어긋나면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 연구소 이만기 평가이사는 “글 솜씨에 개의치 말고 진솔·진정·일관성을 지키는 데 초점을 둘 것”을 조언했다.

구체성도 부족하다. 행동의 결과(저는 학급회장으로서 ~ 시작했습니다)만 쓰고 마무리를 추상적인 의견 제시(그러나 그 용기는 ~생각합니다)로 얼버무렸다. 이 이사는 “따돌림을 당한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갔고, 괴롭히는 친구들에겐 어떤 말(행동)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교훈을 사례로 들어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글 예시와 대조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좋은 글은 입학사정관에게 한 편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허약한 체력을 단련하려고 시도한 시행착오(연근 달인 물 마시기, 새벽에 산에 오르기, 겨울에도 등산하기 등)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교훈(등산가들의 근면성, 자신과의 약속 실천, 학업의지 다짐, 체력 보강 등)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좋은 글이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지원자의 경험을 담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상황 묘사와 심경의 변화도 함께 써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붙잡는다. 이 실장은 “지원자만의 개성·특징·재능을 보여주는 창은 구체적인 경험담”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많은 학생들이 극적인 전개가 있는 글을 선호하는데 잘못된 방법”이라며 “진실을 일관되게 엮는 것이 참신·구체·타당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자기소개서의 좋은 글 나쁜 글 예시 (주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경험과 교훈

나쁜 글 인생은 어려서 부모님께 교육받는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20세가 되면 철저한 자기 판단 하에 자기 인생을 이뤄 가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 외 학교 일에 매이는 것을 부모님은 찬성하지 않으셨습니다.…(중략)…학급회장을 시작하면서 폭력적 부류와 학급 일에 무관심한 부류의 학생들을 대하게 됐습니다. 폭력적인 학생들은 학급 일에 동참을 시키려고 하면 일을 방해했고, 무관심한 학생들은 일에서 멀어져 가는 느낌을 받아 학급회장을 하게 된 것을 후회한 적도 많았습니다. (중략)  고1때 우리학급에도 왕따가 생겼습니다. 저는 학급회장으로서 우리학급에는 고통 받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 아이와 행동을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중략)…저는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위의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용기는 학문적 지식이나 올바른 인성이 갖춰 진다면 두려움 앞에 과감하게 맞서는 용기가 생길 것이라 판단하며 위의 단점이 끈기 있는 저의 장점과 합쳐져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리더십이 갖춰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기초과학분야에 선두주자가 되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을 이끄는 갖춰 학자가 되겠습니다. 내가 하는 학문이 어디에 필요한가를 깊이 알기 위해 학교 동아리 일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가 성실히 봉사하겠습니다.

좋은 글 저는 어려서 몸이 매우 허약해 코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심지어 초등학생 때는 코피가 많이 나서 119에 전화할 정도로 고생을 했습니다. 이를 고치기 위해 연근을 달인 물을 먹어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약도 먹어보는 등 노력했지만 간간히 터지는 코피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전 겨울방학 동안 부족한 체력을 보강하고 고등학교 진학 전 공부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매일 새벽에 할아버지를 따라 북한산을 오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깜깜한 새벽에 반쯤 감긴 눈으로 일어나는 것부터 힘겨웠고 30년 동안 매일 산에 오르신 할아버지 뒤를 따라 올라가는 새벽 산길이 무서웠습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헉헉거리는 저의 모습에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눈 내리는 날도 빠지지 않고 엉덩방아를 여러 번 찧으며 산을 오르자, 새벽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반가운 인사와 미소의 기쁨을 알게 되었고, 새벽 산에서 보는 시가지의 아름다운 가로등 불빛은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점점 새벽 등산의 매력에 매료되었고, 두 달이 채워질 무렵에는 체력도 향상되어 산을 수월하게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와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뿌듯함과 향상된 체력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할아버지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제 미래에 대한 많은 조언을 얻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자료=이투스청솔 제공]

[사진설명] 카이스트(KAIST) 이택동(왼쪽) 교수사정관이 지난 8일 서울 가락고를 방문해 카이스트에 지원한 김동석군과 면접을 보고 있다. 책상에는 자기소개서·학교생활기록부·포트폴리오 등 김군의 서류들이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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