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설익은 우리금융 국민주 발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공적자금으로 정상화된 기업의 과실은 서민에게 나눠 주는 게 맞다”며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을 국민주(國民株) 공모를 통해 매각하자고 주장했다. 시가보다 30% 할인된 가격으로 공모하면 서민에게 재산 증식의 기회를 주고 소득 재분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지지부진한 매각작업과 외국 자본의 쓰라린 ‘먹튀’ 경험이 깔려 있다. 국민주는 특정 대기업이나 해외 사모펀드에 대한 특혜 시비도 차단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민주 방식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에 어긋난다.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상받을 수 없어 그만큼 공적자금 회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거 포스코와 KT처럼 주인 없는 민영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관치(官治)’의 폐해를 답습하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정부 지분만 싸게 팔면 앉아서 손해 보는 기존 주주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복잡한 법적 분쟁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 홍 대표의 주장대로 2조7468억원을 600만 명의 서민에게 돌려준다 해도 1인당 50만원이 채 안 된다. 예전 포스코처럼 국민주가 지속적으로 출회돼 주가가 반 토막 나면 서민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문제는 정치권이 툭 던질 일이 아니다. 내년 선거를 의식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포퓰리즘이란 오해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손질해 만든 원칙을 따라야 한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조기에 최대한 회수하는 것이 나라 곳간을 두둑이 하고, 궁극적으로 가장 서민을 위한 길이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선 우리금융의 지지부진한 매각작업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 원인은 정부가 금융을 틀어쥐고 금융자본의 발전을 가로막은 데 있다. 지금이라도 금산(金産) 분리를 완화해 물꼬를 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백 걸음 양보해 국민주가 최선의 방책이라면 왜 미국과 유럽이 공적자금 투입기업을 국민주로 매각하지 않았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