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현 “한국서 백화점은 아직도 성장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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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현 대표

신세계백화점 박건현(55)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백화점은 아직도 성장산업”이라며 “당분간 해외 진출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외였다. 다들 해외로 나가지 못해 안달인데. 박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백화점은 상품과 서비스 모두 가장 지역 친화적인 소매업이다. 철저한 현지화 없이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세계 유명 백화점들도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

박 대표가 거론한 해외 진출 실패 사례는 세이부·소고 등 일본의 유명 백화점들이다. 이들 백화점은 미국·싱가포르·대만·홍콩 등에 진출했다가 실패해 철수했다.

 박 대표는 해외 진출 대신 한국 시장에서 성장전략을 더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실력을 더 다진 뒤 해외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의 내실 다지기 우선 전략은 치밀한 시장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일본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갈 때 백화점 성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박 대표는 또 “2009년 기준 백화점 한 곳이 맡고 있는 인구 수도 미국이 8만 명, 일본이 46만 명인 데 비해 한국은 60만 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복합화’ ‘대형화’를 통해 한국 백화점의 색깔을 바꿔 놓은 인물로 꼽힌다. 그가 초대 점장을 맡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12만6000㎡)인 부산 센텀시티점은 영화관·아이스링크 외에 문화홀·갤러리·고객라운지 등 고객 편의시설이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박 대표는 “한국의 백화점은 쇼핑은 물론 고객이 휴식·문화·엔터테인먼트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혜택을 줄수록 백화점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은 2009년 말 그의 취임 이래 2010년 매출이 23.3% 늘었고 올해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내년 초 5만여㎡의 의정부역사점, 2013년 10만여㎡의 동대구점 등 복합쇼핑몰형 대형 백화점을 계속 열어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그러나 백화점의 입점수수료 과다 논란에 대해선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 백화점 상위 3개사의 판매수수료가 평균 29.3%라고 공개했다. 박 대표는 “입점수수료가 비싸다고 하지만 정작 신세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스마일 경영’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일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자신도 많이 웃는다. 신세계가 도입하는 퇴직 임직원 자녀 학자금 10년간 지급조치에 대해 묻자 그는 “나도 놀랐다. 역시 오너(정용진 부회장)가 멀리 보더라. 사실 나도 혜택을 보게 된다”며 웃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인 늦둥이가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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