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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부자들은 왜 오래 살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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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세계적으로 부자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부자는 일반인들보다 약 4~7년 정도 오래 산다고 합니다. 특히 부자들 중에서도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들은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사는 부자들은 평균적으로 빈자 보다 20여 년 더 산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훨씬 잘사는 남한은 북한보다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10여 년 깁니다. 저는 이것을 ‘부자 장수 가설(Affluent Longevity Hypothesis)’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부자들이 왜 오래 살까요? 크게 세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건강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니까 오래 산다는 ‘선천 장수설’이 있습니다. 또 부자들은 서민들이 꿈도 못 꾸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병원에서 특별한 치료를 받으니 오래 살 수밖에 없다는 ‘외부 지원설’도 있습니다. 끝으로 많은 재산을 놔두고 갈 수 없어 죽어가면서도 숨을 헐떡이며 버틴다는 ‘죽음 항거설’이 있지요.

 사실 부자는 몸에 좋은 보약 술을 마시고, 서민은 싼 독주를 들이켤 때가 많습니다. 또 부자는 담배를 잘 안 피우지만 서민들의 흡연율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부자는 기사에게 운전을 시키고, 서민은 대리운전 비용을 아끼려고 음주운전도 가끔 합니다. 부자는 암 걸리면 미국 가서 고치고 국내에도 주치의가 있지만, 서민은 아파도 병원에 잘 안 갑니다.

 또 다른 면으로는 부자들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생활비나 교육비 걱정이 없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부자들이 있습니다. 한번은 거부로 알려진 분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교수님, 저희 집안이 다 오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원래 건강한 것은 아니고,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니 그렇게 됐습니다. 저 자신의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주위 분들을 보살피고,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살다 보니 전부 장수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말에 반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영어 책의 구절이 생각났지요.

 “죽을 병에 걸린 미국의 부자들에게 어느 목사가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죽을 병에 걸린 서민들에게 가서 진심으로 봉사하라’고. 그 말을 듣고 100여 명의 부자가 그대로 따랐다. 그랬더니 암도 사라지고 오래오래 살았다.”

 얼마 전 부자 한 분이 제게 묻더군요.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는 돈키호테식 답변을 던졌습니다. “2018년이 되기 전에 평창 겨울올림픽 후원금을 무명으로 많이 내시면 오래 사실 것입니다.” 좋은 일을 하면 장수할 수 있다는 소리였지요. 사실 국민 피로해소제인 소주보다 열 배 이상 비싼 물을 마신다고, 혹은 몸 안의 불순물을 제거한다며 피를 뽑고, 아니면 수천만원짜리 이불에 눕는다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분들도 월세방에서 쫓겨나 농막에서 신문지 덮고 자는 사람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처음 한 얘기로 돌아가 평균적으로 부자들이 오래 사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재산 소유자들의 자살률이 비교적 높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국민의 평균수명보다 일찍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도 거부들 집안에 종종 있습니다.

 너무 많은 돈에 눌려 허덕이지 말고 사회적 베풂으로 탐욕을 일정 부분 덜어내고, 죽음에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세상의 누구나 바라는 ‘훌륭한 부자, 평안한 장수’의 삶은 그렇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부자학 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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