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도자 “해고자, 존중받는 느낌 들게 내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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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도자 부회장

톰 멘도자(60) 넷앱 부회장은 “어떤 기업이든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중요한 건 해고당한 직원들에게 회사가 당신을 존중하고 있다는 걸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기 좋은 기업 전도사’라 불리는 멘도자 부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하기 좋은 회사란 직원들을 존중하는 회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발해 한 여성이 크레인 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당신이 최고경영자(CEO)라면 어떻게 하겠나.

 “우리 회사(넷앱)도 2001년 닷컴 버블 붕괴로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80명을 정리해고했다. 이때 ‘당신들이 무능력해서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지금 구조조정을 않으면 파산한다’는 걸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임원들이 2인 1조로 해고자들을 모두 만났다. 최고 수준으로 보상했고,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구조조정은 신속하고 단호해야 하지만 해고자들의 인격은 존중받아야 한다.”

 - 어느 날 갑자기 통보한다는 건가.

 “아니다. 정리해고는 한 번에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6개월~1년씩 질질 끌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하는 건 좋지 않다. 그러면 남아 있는 직원들이 불안해 한다. 넷앱은 구조조정 당시 ‘다시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오랜 기간 검토했고, 가장 보수적인 경영 목표를 잡았다.”

 - 일하기 좋은 기업이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건 돈이나 지위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회사에 긍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하기 좋은 회사는 위대한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부여하고, 직원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회사다.”

 - 기업 규모가 커지면 직원 개개인의 생각과 능력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 아닌가.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시장 상황이 나쁘면 숫자가 나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그 직원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다.”

 - 너무 이상적이다. 경쟁이 심하면 동료를 제치고 자신을 돋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나오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리더는 직원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이지 평가하기 위한 사람이 아니다. 리더십은 상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상사를 실망시키지 않거나 돕기 위해 최고의 실적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박혜민 기자

넷앱 기업문화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

① 긍정 = 일을 억지로 하면 위대한 일을 달성하지 못한다.

② 솔직 = 상사의 말이라도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③ 칭찬 = 리더가 직원을 신경 쓰지 않으면, 직원들도 리더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④ 리더십 = 리더십이란 성장과 발전을 돕는 것이다.

⑤ 변화 = 현상유지에 머무르는 기업은 결국 진다.

◆멘도자와 넷앱=넷앱 창업 멤버인 멘도자는 기업문화와 리더십 전문가다. 미 노터데임대에 ‘톰 멘도자 비즈니스 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탠퍼드대 비즈니스 스쿨 초빙강사로 활동 중이다. 1992년 설립된 넷앱은 세계 2위의 스토리지(기업용 데이터 저장장치) 기업이다. 올해 미 포춘 선정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5위를 차지했다. 2009년엔 1위였다. 지난해 매출은 39억 달러. 최근 5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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