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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시니어투어 출전은 상금보다 재미

중앙일보

입력

프로 골프대회를 보고 있노라면 한가지 궁금증이 일곤한다. 바로 이름조차 생소한 선수들이 꾸준히 출전하는데 왜 그들은 그렇게 열심인가 하는 점이다.

PGA투어나 LPGA투어야 젊은 선수들의 생업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시니어투어에서, 그것도 아직 은퇴하기엔 이른 50대와 60대 초반도 아닌 70 넘은 할아버지들이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볼 때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 많은 상금수입을 올리는 것도 아닌데.

시니어투어도 이제는 PGA투어에서 갓 올라온 싱싱한 노인네들(?)이 휘어잡는 추세라 70세가 넘어서면 우승은 커녕 컷오프 통과도 힘든 형편이다. 그래도 이들은 대회장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왜?

이에 대한 타미 볼트의 말은 정답일 수 있다.
“대회는 우리(시니어들)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그곳에는 정말로 많은 재미거리가 있다.”

시니어중에서도 고령자들에게 투어는 ‘일’이 아니라 ‘여가선용’의 수단인 것이다.

빌리 맥스웰도 이같은 견해에 동의한다. 그는 “대회에 나가 버디를 몇차례 잡으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내게는 도전이며 재미다”라며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대회에 출전하는 친구들이 꽤 된다”고 밝혔다.

개중에는 육체의 쇠약을 막기 위해, 즉 운동수단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부류도 있다. 하위 잔슨이 대표적인 선수.
그에 따르면 1년에 몇차례만이라도 투어에 참가하면 골프에 필
요한 근육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대회에서 우승하느냐, 좋은 성적을 올려 상금을 받느냐는 크게 중요한 의미가 없다. 노년에 인생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회 출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잭 플레키같은 시니어골퍼는 대회장에서 역시 머리가 희끗희끗한 동년배 갤러리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는 연습그린에서 퍼팅을 하다 구경하는 갤러리에게 한마디 던진다. “내 모습 사진 찍었나?”라고. 상대도 즉각 응답한다. “물론. 앞으로 큰 돈이 될테니까.”

이처럼 시니어투어는 PGA와 LPGA처럼 살벌한 각축장이 아니다. 그래서 대회 주최측도 여러가지 프로그램으로 출전 선수들에게 흥미를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번주 플로리다주 세인트 어거스틴에서 열리는 ‘리버티 뮤추얼 레전드 오브 골프’에서 70세 이상 선수만 따로 벌이는 드마릿 디비전 번외경기가 바로 그런 것이다.

총상금은 불과 2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출전선수 22명은 ‘그들만의 리그’를 벌인다는데 벌써부터 애들처럼 흥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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