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상승 기대감은 높은데 거래는 안돼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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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전셋값은 오르는데 매맷값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전세난의 영향으로 조만간 매맷값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오곤 있지만 매매시장은 여전히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부분 지역에서 거래가 크게 줄어들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어 시세 하락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사실 서울 수도권의 주요 지역 집값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집값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다만 올해 들어 거래가 크게 줄어들면서 시세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게 문제다. 강남(강남·서초·송파), 목동, 강북(노원·도봉·강북), 분당, 용인 등 수도권 주요지역의 시세 동향을 점검해 봤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은 강남권에서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에 속한다. 지난 5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반포주공1단지 모습

강남권, 규제 완화 기다리며 매매꺼려

“전셋값은 급등하지만 매맷값은 거의 안오르고 있어요. 거래도 별로 없고요. 이 근처에는 재건축 사업 단지가 많아 규제완화 추이에 따라 집값이 달라집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만 기다리고 있죠.”

강남구 대치동 우방공인 신용수 사장은 “강남권 집값이 움직이려면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같은 규제가 풀려야 한다”며 “사업성을 회복시켜 줄 만한 대책이 없으면 당분간은 전셋값만 오르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 집값은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특성을 보인다.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성이 좌우되는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고, 집값이 비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나 금리 추이 등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남권 집값은 현재 구별로 조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서초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시세를 이미 회복하고 소폭 상승했지만 강남구와 송파구는 다르다.

강남·송파, 글로벌 금융위기 전 시세 회복 못해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집값이 본격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2008년 9월부터 이달 현재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값은 3.07%, 2.68% 각각 하락한 상태다. 반면 서초구는 4.16%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박준공인 박준 사장은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는 금융위기 전 최고가 대비 20~30%씩 시세가 떨어진 상태”라며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 사업성이 더 좋아지면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는 것은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값이 많이 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나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등의 영향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공인 김원경사장은 “강남권엔 새 아파트가 거의 없으니까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의 선호도가 높고 시세도 많이 올랐다”며 “그 영향으로 주변에 있는 한신3차, 경남 아파트 등의 시세도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집값은 2008년9월부터 현재까지 13.29%나 오른 상태다.

“올 하반기까지 소폭 하락 가능성 커”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 시세는 정부가 획기적인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당분간은 약보합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서초구의 경우도 지역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반포자이나 반포래미안퍼스티지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오름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당분간 거래없이 전셋값만 오르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전셋값이 급등함에 따라 매수세로 얼마나 돌아설 것인지, 정부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추가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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