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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여름 한철 장사 망칠 것” 영도 주민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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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 부산 한진중공업을 찾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영도구 주민들로부터 희망버스 반대서한을 전달 받고 있다. [뉴시스]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의 버스’ 부산 방문을 놓고 부산 지역이 긴장하고 있다. 희망의 버스는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6개월 넘게 농성 중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노동·진보단체 회원들이 기획한 행사다. 주최 측은 3차 버스 행사에는 1차(700여 명), 2차(7000여 명)보다 많은 3만여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비오 민주당 부산 영도구 지역위원장은 20일 부터 한진중공업 앞 도로에서 ‘한진중공업 청문회 개최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김 위원장은 “ 보수단체와 관변단체를 동원해 희망의 버스를 가로막는 자본의 횡포와 공권력의 방조를 두고 볼 수 없어 나섰다”고 말했다.

허남식 시장

 앞서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민주노동당 부산시당도 18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은 역광장에서 ‘희망 단식단’을 꾸렸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등 주요 간부, 산별노조 관계자 등이 매일 50명씩 릴레이 단식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맞서 한진중공업이 있는 영도구 주민들은 행사를 막겠다고 나섰다. 어윤태 영도구청장은 “2차 희망의 버스 때 혼이 난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들이 희망의 버스가 영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의 버스 참가자와 영도구민들 사이에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지역 상공인들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긴급성명서에서 “향토 기업을 무너뜨리고 부산 지역 경제에 피해를 주는 3차 희망의 버스 행사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부산지부도 “왜 부산이 정치적 놀이터가 돼야 하나. 부산 경제와 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3차 희망의 버스는 절망의 버스”라고 지적했다.

 영도구 자영업자·상공인 모임인 절영상공인연합회 유대원(65) 회장은 “피서철이 피크일 때 태종대 같은 영도 피서지를 찾는 피서객이 줄어 장사 망칠까 걱정이다. 여름 한철을 보고 1년을 버티는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도 20일 부산상공회의소 2층 상의홀에서 범시민대책협의회를 발족하고 노사 문제 개입을 시민운동인 양 착각하고 있는 ‘희망의 버스’ 부산 방문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앞서 허남식 부산시장,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 영도구의원 7명, 영도구 11개 동 주민자치위원장 등도 희망의 버스 방문을 반대했다.

 경찰도 강경한 입장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3차 희망의 버스에서 불법행위가 일어나면 엄정 대응하겠다.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외부 세력이 끼어들어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시설 보호 요청을 한 상태에서 (시위대가) 회사 벽을 넘는 것은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이번에는 불법행위 현장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부산=김상진·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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