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분의 1이 출소자 … 봉제공장 ‘사장님 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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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진 연지어패럴 대표(오른쪽)가 지난 7일 서울시일자리플러스센터가 운영하는 ‘일자리버스’ 안에서 수감자 출신 서모씨와 채용계약을 하고 있다.


하종진(52) 연지어패럴 대표는 청주여자교도소와 성동구치소 수감자들 사이에서 ‘사장님 천사’로 통한다. 하 대표는 지난해부터 매주 1~2차례 빠지지 않고 이 곳을 찾는다. 수감자 40여 명에게 직접 봉제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단순히 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교도소 내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은 수감자는 출소 뒤 자신의 회사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재소자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하 대표가 자신이 약속한 대로 회사 직원으로 고용한 출소자는 모두 6명이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다. 또 11명의 수감자를 더 채용키로 약속한 상태다. 그는 “처음엔 인건비를 아껴보겠다는 생각으로 교도소 재소자를 대상으로 봉제 교육을 시작했다”며 “날이 갈수록 점점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벽이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에 감동하면서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연지어패럴의 직원으로 채용된 서모(45·여)씨 역시 지난 2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서씨는 “복역할 때 사장님이 채용 제안을 했지만 ‘그냥 해 본 말이겠지’라고 생각해 연락하지 않았었다”며 “최근 우연한 기회에 다시 뵀더니 먼저 같이 일하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하 대표의 출소자 채용에는 서울시의 지원도 한몫했다. 서울시일자리플러스센터는 연지어패럴을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해 수감자 출신 근로자의 인건비 일부를 2년간 지급한다. 사장의 고용 보장, 출소자들의 근로 의지, 서울시의 지원 정책 등의 3박자가 맞아 출소자 사회 복귀가 이뤄진 셈이다.

 하 대표는 최근엔 생계형 단순 절도범 이모(43)씨에 대한 구명운동에 나섰다. 8일 이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리자 그는 재판부에 “이씨는 성실한 사람이다. 내가 채용해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다음달부터 포항교도소에도 나가 봉제 교육을 하기로 했다. 그의 ‘아름다운 오지랖’ 넓히기가 계속되고 있다.

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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