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위구르 계엄령 … 5월 네이멍구 이어 꼬리무는 민족 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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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 다발적으로 터지는 중국의 내부 안보사태가 공산당 차기 권력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시짱(西藏·티베트)·신장(新疆)위구르·네이멍구(內蒙古) 3개 자치구의 안정이 최대 관건이다.

 차기 또는 차차기 정권에서 공산당 정치국(25인) 진입을 노리는 장춘셴(張春賢·장춘현) 신장 당서기, 장칭리(張慶黎·장경려) 티베트 당서기, 후춘화(胡春華·호춘화) 네이멍구 당서기 3인의 미래가 여기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일 신장 남서부 허톈(和田)에서 위구르인과 경찰 간의 충돌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이들 변방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유혈 폭력사태는 이들 잠룡에게는 큰 도전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은 소수민족이 다수 거주하는 간쑤(甘肅)성과 티베트 등에서 12년을 근무하며 정치적 도약대로 삼았다.

 지난 5월 네이멍구에서 터진 대형 시위사태가 잦아든 지 두 달 만인 18일 신장에서 또다시 민족 분규성 유혈 충돌이 일어나자 공산당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번 충돌로 4명이 숨지는 등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고, 위구르 독립운동 단체에선 20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는 등 유혈사태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허톈시 일대에는 계엄령이 내려져 있다. 이곳 주민 180만 명 가운데 96.3%가 위구르족이다.

 내년 가을 18대 당대회에서의 정치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신장·티베트·네이멍구 당서기 ‘3인방’은 지역 안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홍콩의 정치 소식통은 “이들 오지 3인방의 존망은 민족 갈등의 대처에 달렸다”고 평했다.

 장춘셴 신장 당서기는 지난해 4월 부임했다. 온건·친민(親民) 키워드로 경제개발 중심의 유화정책을 펴왔다. 그는 최연소 교통부장을 역임하며 중국 전역을 ‘5종7횡(五從七橫)’ 거미줄 도로망으로 연결하는 국책 사업을 완성했다.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보여주는 이 사업은 그의 최대 정치 자산이 됐다.

 그는 위구르 유혈 시위사태 2주년인 지난 5일 우루무치 시내의 야시장을 방문해 위구르어로 “게이리 신장, 신장 야커시(신장 최고다)”라고 외쳤다. 지난 4월 관영 신화통신은 그의 취임 1주년을 맞아 “(18대 공산당 당대회를 1년여 앞둔) 특수한 시점에 특별히 중요한 지역에서 천재일우의 큰 기회를 잡았다”며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장 서기의 유화적 경제 드라이브 정책은 신장 지역의 근본적인 민족 갈등 앞에서 풍전등화 신세에 처했다. 명보는 “경제 발전이 사회 안정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장 서기가 사태의 조기 진화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들끓고 있는 한족에 대한 위구르족의 반감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어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5월 네이멍구 시위사태 때 후춘화 서기는 몽골족 민족학교를 찾아 관련자 엄벌을 약속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당 지도부의 신임을 얻었다. 후 서기는 20년간 티베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민족 갈등의 불똥이 네이멍구로 튈 수 있어 안심할 형편은 아니다.

 2005년 티베트 당서기에 부임한 장칭리도 3년 후 티베트 대규모 유혈 시위사태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후 유화책을 앞세워 안정적으로 티베트를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베트경제사회발전보고서’에 따르면 1959년 티베트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42위안(약 2만3000원)에 불과했다. 2009년에는 1만3861위안(약 230만원)으로 100배 가까이 늘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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