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 사람] 기초생활수급비 아껴 기부한 이덕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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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감동을 주고 있다. 천안시 직산읍 이덕순(83)씨는 최근 천안시청을 찾아 1000만원을 사회공동체모금에 기부했다.

 생을 마감하기 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이날 실천한 것이다. 난방비 등 최소한의 생계비를 빼고 정부지원금까지 모두 모았다.

 두 눈이 보이지 않고 귀마저 들리지 않는 이씨는 기초생활수급비로 50년간 생활해 왔다. 이씨는 30대 젊은 시절 목수 일을 하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사고로 한쪽 눈을 잃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나머지 한쪽 눈마저 시력을 잃었다. 일을 못한 데다 장애까지 얻으면서 가정 형편은 기울었다. 2008년엔 유일한 혈육인 아들마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찾아오는 천안노인종합복지관 자원봉사자들이 유일한 손님이었다.

 이씨는 “젊은 시절 장애를 얻고 몇 년 전엔 아들마저 병들어 세상을 떠나 의지할 곳도 없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는 이웃이 있어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조한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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