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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도나면 무슨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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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정치권이 끝내 정부 부채 한도를 증액하는 데 합의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겪지 못한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 출신 하워드 베이커와 밥 돌 전 상원의원이 설립한 초당적 정책 센터(BPC)는 8월 미 정부의 예상 수입·지출 내역을 토대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8월 미 정부가 확보할 수 있는 세수는 1720억 달러다. 이에 비해 지출해야 할 예산은 3070억 달러다. 이론적으로 써야 할 돈의 44%인 1350억 달러가 모자란다. 다음 달 2일 이후엔 차입이 불가능해져 지출을 깎을 수밖에 없다.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국채 이자 290억 달러를 최우선적으로 갚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보장비 490억 달러도 급하다. 노인과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금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500억 달러도 끊을 수 없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방비 350억 달러를 쓰고 나면 교육예산·실업수당·핵발전소 안전을 포함한 에너지비·환경보호비 등의 예산은 확보할 길이 없다. 연방공무원 급여(140억 달러) 지급도 건너뛸 수밖에 없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추락은 국제금융시장에 2008년 위기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온다. 다음 주말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신용평가회사는 미 국채 신용등급을 ‘AAA’에서 2~3단계 강등할 공산이 크다. 이는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연동된 모기지(주택담보대출)나 각종 신용대출·카드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미 국채 투매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 달러화 가치는 곤두박질하게 돼 국제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정치·군사적 발언권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 투입된 미군의 행동 반경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디폴트 상태가 길어지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권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주가 협상의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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