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학 진학 특집 - 학원가 유학 준비 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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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학원가는 국내 대학뿐만 아니라 해외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로도 북적거린다. 방학을 이용해 일시 귀국한 조기유학생들, 특목고 유학반 학생들, 유학 상담가들로 가득하다. 미국 대학 수시·정시를 4~6개월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가는 이들을 겨냥한 강좌들을 쏟아내고 있다. 유학 준비 현장의 각양각색 모습을 찾아봤다.

SAT 대비 두 달 속성반 문전성시

“미국 대학에 붙으려면 필요한 게 뭘까요?”강사가 질문을 던졌다. “SAT요.” “토플이요.”“경시대회 수상실적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중·고교 학생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대답했다.

10일 경기도 파주영어마을. SAT를 가르치는 Real SAT 학원이 주최한 SAT 캠프의 한 특강 모습이다. 일요일인데도 강연장엔 학생 100여 명이 몰렸다. 좌석이 모자라 계단에 앉은 학생도 여럿이었다. 캠프 참가자들은 방학때 일시 귀국한 조기 유학생들이다. 9학년(우리나라 중3에 해당)부터 입시를 목전에 둔 12학년(우리나라 고3에 해당)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다음달까지 8주 동안 SAT수업을 듣는다.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박모(19)양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캠프에 참가했다. 박양은 “많은 학생들이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려고 방학 때 한국에 와 SAT속성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통학시간도 줄이려고 합숙 수업도감수한다”

최근 이 같은 SAT숙박캠프에 준비생들이 몰리고 있다. 이 캠프는 4년 전만 해도 참가자가 4명이었으나 올해는 대기자가 줄 설 정도다. Real SAT 정동규 강사는 “SAT는 출제방식이 비슷해 문제 유형만 파악하면 단기간에 일정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대학 입시를 처음 준비하는 저학년 학생에겐 글의 요점을 빨리 파악하는 독해력부터 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미 한국인 유학생들 동참

9일 토요일 오후, 소모임 공간을 대여하는 서울 서초동의 한 빌딩. 유학허브가 최신 유학정보를 전하기 위해 주선한 이 자리에는 초청장을 받은 중·고교생과 학부모 60여 명이 참석했다. 예일, UC버클리, 존스홉킨스 등 미국 11개 유명 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 12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상담가로 나선 정민수(23·UC버클리 대학 전기전자공학 4)씨는 비교과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UC버클리만해도 SAT가 2150점만 넘으면 나머지는 에세이와 비교과 활동에서 지원자의 우수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수에 맞춰 대학을 고르지 말고 진학·진로에 유리한 대학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과 통계학을 공부한 이종훈(27)씨는 “조기유학생일수록 현지 교사와 자주 상담하고 친분을 쌓는 것이 학업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에 대해 모르면 추천서를 써주지 않기 때문에 자주 만나 자신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시카고 대학은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가 가르칠 정도로 경제학과 사회학이 유명하다”며 ”지원서에 국제적 시각과 다양한 관점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할 것”을 조언했다.

이날 자리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파슨스 디자인 스쿨, 패션 인스티튜트 테크놀로지 등 예술대학 학생들도 참석했다. 인문·자연계열 외에도 최근 예술계열 유학에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홍지원(20·여·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1)씨는 “대학 지원 시 포트폴리오와 주제에 맞춰 자신의 작품 3~4개를 제출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한국 학생들이 타인의 도움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소문을 평가관들도 들어 알고 있다”며 “전문가 수준의 작품은 의심을 받아 불합격되는 사례가 많다”고 주의를 줬다. 이어 “성실성을 보기 때문에 SAT 점수는 낮아도 고교 내신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개인별 성향에 맞춰 강좌 골라 들어

12일 서울 강남의 해커스어학원에는 아침부터 80석 규모의 강의실이 가득 찼다. 수강생들은 방학 때 SAT를 공부하려고 귀국한 유학생들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방학이 끝나도 국내 고교생들로 채워져 빈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수강생이 많은 대규모 수업이라 강사가 문제를 읽으면 학생들이 함께 대답하는 모습이 학교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업 도중엔 3~6명씩 짝을 지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 학원 스테파니 손 강사는 “대부분 글의 요점 파악을 잘 못해 토론을 하면서 서로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해준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서울 대치동의 유학학원 아이비스 마그넷 SAT수업 교실. 10명 안팎의 소그룹 수업이 특징이라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전자사전을 뒤적이며 SAT문제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학원 윤호준 강사는 “학생별 약점을 파악해 개인지도를 해줄 수 있다”며 소규모 SAT수업의 장점을 자랑했다. 이 학원 수업은 문제 유형을 분석해 ‘문제를 푸는 법’을 가르치고, 단어의 쓰임새를 익혀 문장 분석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윤 강사는 “단기간에 SAT 고득점을 올려야 해, 단순 암기 학습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유학허브가 주최한 해외대 대학생 멘토링 행사 모습.]

< 박정식·강승현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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