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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이익 못 내면 사회에 해 끼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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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은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한다. 이익을 못 내는 기업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정직하게 이익을 내고 세금을 제대로 내면서 긴 안목으로 영업하다 보면 선순환 구조에 올라탈 수 있다.”

 이랜드그룹 박성경(54·사진) 부회장은 중국에 설립한 중국이랜드(최종양 법인장)가 중국 정부로부터 ‘중화자선(中華慈善)상’을 수상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장더장(張德江·장덕강) 중국 부총리로부터 직접 상을 받은 뒤 15일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다.

 중화자선상은 중국 정부가 자선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기업들에 주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한국 기업으로는 2009년 중국삼성에 이어 두 번째다.

 박 부회장은 1980년 신촌 이화여대 앞에서 옷가게를 열어 이랜드그룹의 신화를 일궈낸 박성수 회장의 여동생이다.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한 디자이너다. 박 부회장은 외부에 나서길 꺼리는 박 회장을 대신해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중국에 진출한 뒤 법에 정해진 대로 정직하게 세금을 잘 내다보니 기업이 선순환되더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선순환이란 차별화된 현지화 경영에서 시작해 매출 증가, 생산과 판매 증가, 제품 원가 절감, 이익 증대, 재고 감소, 현금유동성 개선, 성실 납세, 기업 평판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박 부회장은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한 뒤 세금을 제대로 많이 냈다”며 “그랬더니 현지 정부가 앞장서서 도와주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현지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선 세금을 잘 내면 환급도 해주는데 한국의 세무당국에선 여전히 기업을 의심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쓴소리’도 했다. 박 부회장은 “그런 면에선 중국이 한국보다 낫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자선사업은 홍보를 위해 해선 안 된다”며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지속성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을 많이 내기 때문에 자선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헌혈처럼 큰돈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자선 활동을 찾아야 하며 이익을 내면 더 많이 자선사업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성공하기 어렵다는 중국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에 성공해 40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랜드는 미국·유럽·일본 기업들로부터 중국사업을 맡아 달라는 부탁이 쇄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10년 안에 글로벌 1위 패션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94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랜드는 2000년부터 11년째 상하이(上海)의 나환자 병원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2002년부터는 장애인을 위해 의족을 지원해 지금까지 1000여 명에게 도움을 줬다. 또 2005년부터 백혈병 환자 120명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진·홍수 등 재난 피해 지역에 3만 개의 긴급구호물품세트를 보냈다. 올해부터는 5000명의 빈곤 가정 자녀들에게 고교 3년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매년 순익의 10%를 중국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이랜드는 중국에서 의류 판매 사업만으로 1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익의 10%에 해당하는 6000만 위안(약 98억원)에 상당하는 자선 기부를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한 상하이 시 정부가 중앙 정부에 이랜드를 먼저 추천해 이번에 자선상을 받게 됐다고 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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