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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감몰아주기 … 합법 가장한 지하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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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임태희 실장

한나라당에 이어 청와대도 대기업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자회사를 세워 매출 물량(일감)을 몰아주는 행태에 대해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관행을 ‘지하 경제’와 ‘변칙 부당 거래’라고까지 규정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일감을 몰아줘서 이익을 빼는 것을 내부거래라고 해서 과세를 안 했던 것은 문제”라며 “이런 건 합법을 가장한 ‘지하경제’고 어찌 보면 변칙 부당거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달 30일 “8월 중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과세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일부 대기업이 전산과 물류·유통 업종에 자회사를 세운 뒤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부를 승계하는 것은 부당 지원 또는 변칙 증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의 발언 수위는 이 의장 이상으로 직설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할 수 있나.

 “세법의 대원칙은 실질과세를 해야 한다는 거다. MRO엔 왜 과세를 못 하나.”

 -MRO 자회사의 문제점은 뭔가.

 “MRO는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그룹 내부 전속 시장)’이라고 해서 대기업에 사로잡혀 거래가 일어나는 건데,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나쁜 것이다.”

 임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상징 조치 격인 출자총액제한제까지 거론하며 “출총제를 푼 건 (대기업이) 이런 걸 하라고 푼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간 청와대는 “대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사회와 나누지 않는다”는 불만을 품어 왔다. 임 실장의 이날 발언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한편 임 실장은 외교 안보라인을 포함한 개각 시기와 관련해선 “8월 초 청문회가 있으니 그게 지나고 나서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현직 장관들의 거취를 두곤 “정기국회 이전에 교체할지, 이후에 할지 모르겠다”며 “후임이 국회에서 (장관으로) 온다면 다음 총선 출마는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거취를 두곤 “대한민국의 제일 좋은 지역구(성남 분당을)를 버리고 다시 비슷한데 출마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2012년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기도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도 “그런 기사가 나오면 참모진을 통해 빼달라고 한다”고 부인했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에게 근래 “큰 틀에서 국민 화합을 하면서 설득하고 함께 가는 행보를 하자”는 건의를 했다는 말도 했다. 올 8·15 경축사의 주요 메시지라고 한다.

고정애 기자

◆MRO=필기구·복사용지 등 사무용품부터 공구·기계부품까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모성 자재에 대한 통칭. 연간 20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일부 대기업은 오너 또는 오너의 친족들이 설립한 비상장 계열사인 MRO업체에 물량 또는 일감을 몰아줘 왔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통령실 실장(제3대)
[前] 무소속 국회의원(제18대)

19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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