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 외무성, 대한항공 이용 금지 즉각 철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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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외무성이 모든 직원들에게 18일부터 한 달간 대한항공 이용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달 16일 대한항공의 A380기가 독도 상공을 시범비행함으로써 자국 영공을 침범한 데 대한 항의 표시라는 것이다. 국내 정치를 의식한 무리수 성격이 짙다. 그렇더라도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한국 민간기업에 대한 구체적 제재 조치로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일 외무성은 대한항공의 독도 비행 이후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항의하고,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상이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민당이 “그걸로는 미흡하다”며 반발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집권 민주당 정부가 국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갈등에 머물러온 독도 영유권 논란이 민간으로 불똥이 튄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일 외무성은 그 선을 넘었다.

 대한민국 국적기가 대한민국 영토 상공을 비행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내 문제다. 다른 나라가 간섭할 수 없는 주권 문제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얽매일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 외무성은 독도 비행을 이유로 대한항공에 대해 한 달간 이용 금지라는 극히 이례적인 제재 조치를 취했다. 실질적 효과의 경중(輕重)을 떠나 주권과 원칙에 관한 문제이므로 우리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일 외무성은 상식을 벗어난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정부도 말로만 철회를 요구할 게 아니라 외교장관 명의의 공식서한을 보내는 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피해액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고, 또 그 액수가 크지 않을지 몰라도 내국민 대우와 무차별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WTO의 정부조달협정 위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 외무성은 국내 정치적 고려에서 취한 이번 조치가 일본의 국익을 해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