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 서울교육청 ‘단협’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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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4개 교원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단협)에 교원인사·교육정책 관련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사나 정책은 노조와 교섭할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 간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곽 교육감은 전교조·한국교원노조·자유교원조합·대한교원조합(각 서울지부)과 단협을 체결했다. 2008년 말 시교육청이 전교조에 “단체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한 이후 2년 만에 교원노조와 다시 손을 잡게 됐다. 당시 전교조는 2004년 친전교조 성향의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 체결했던 단협을 근거로 현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전교조의 지지를 업고 직선 교육감에 당선된 곽 교육감은 취임 후 1년 만에 새로운 단협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학업성취도평가나 교원평가 등 현 정부 정책과 직접 충돌하는 내용은 거의 사라졌다. 단협 조항의 문구도 ‘금지’나 ‘필수’ 같은 단정적인 표현 대신에, ‘권장’ ‘노력’ 등으로 작성해 지적을 피할 여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원노조가 교육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많이 숨어 있다. ‘교원인사원칙 수립을 위한 협의회에 교원노조 위원이 최대 30%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또 ‘학교급식위원회에 교원노조가 추천한 교원이 참여하도록 한다’고 명시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교사를 배제한 조항도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에 보낸 ‘단협 매뉴얼’에서 비교섭 대상이라고 안내한 안건들이 (단협에) 많이 포함됐으니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가 올 1월 초 만든 매뉴얼에 따르면 교육정책·교원인사·교육과정·제3자(학생인권·사립학교 교원)에 관련된 안건은 교섭 대상이 아니다. 교과부 최민호 사무관은 “조항마다 ‘노력한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현돼 있지만 (교육청이) 특정 교원노조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할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를 통해 부적절한 내용을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전교조 교육감과 전교조 간 단체협약은 지난해 12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먼저 체결했다. 이 단협에는 부적절한 내용이 전체 52개 조항 중 40.3%에 달했다. 노동부는 지난 4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번 단협 덕분에 시교육청으로부터 노조사무실을 다시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전교조는 1999년부터 서울시 종로구 어린이도서관의 한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서관 시설 확충을 해야 하니 나가달라”고 요구해 법정 소송 끝에 지난해 7월 사무실을 비워줬다.

박수련·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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