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mes Of Passion

중앙일보

입력

모든 대중예술에는 그 분야를 주도해 나가는 세력이 존재하게 마련인데, 그중에서는 물결을 형성하는 구성원들과 그 핵심에 위치하는 인물이 있다. 전자음향이 시발이 된 전자음악의 세계에도 그 주도자의 역할을 하는 주목할 만한 인물이 존재하는데 지금 언급하는 릭웨이크먼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릭웨이크먼은 많은 전자음악 관련 뮤지션중에서 활동의 폭이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한다.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자신의 역량을 구성멤버들과의 단합을 통해서 찾아가는 밴드중심의 활동을 전개해 가곤 했는데(대중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반젤리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밴드음악의 구성원으로 활동한 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릭웨이크먼 역시 같은 전철을 밟았다.

특히 그의 이력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룹 '예스(Yes)'에서의 활동은 큰 의의를 가진다. 우선 밴드음악이라는 소규모 구성을 통해 자신의 음악이 차지하는 역할분담에 대한 개념
을 확실하게 쌓았고 그것이 훗날 솔로활동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활동들이 솔로활동에서의 장단점을 적적하게 보완해 줄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릭웨이크먼도 음악세계를 확장하기 위해서 다른 매체들과의 조우를 적극적으로 모색했는데 이것은 그가 담당한 몇편의 영화음악을 통해서이다.

이미 비슷한 과정을 답습해 온 전자음악가들과 릭웨이크먼의 음악을 함께 비교한다는 것이 다소 무리지만 엄연한 몇가지 차이점이 발견되는데, 밴드음악에서의 경력과는 다소 동떨어진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으로 이 영화의 음악도 그렇다. 많은 전자음악 뮤지션들이 악기의 특색과 영화라는 매체의 효과적인 합일점을 찾기위해 과장된 스트링사운드나 멜로트론과 같은 음색에 매달려왔다.

위의 사실을 상기시켜 본다면 릭웨이크먼의 음악은 그 구성만 놓고보면 완벽한 밴드중심의 구성을 띄고 있다. 대부분의 곡들은 베이스나 드럼과 같은 리듬악기가 강조되어 있고, 몇몇곡에서는 여성보컬이 주도하는 형식이어서 크로스오버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지금 소개하는 이곡 역시 드뷔시의 클래식곡을 교묘하게 편곡하여 영상에 간접적으로 병치시키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클래식곡들이 영화에 효과적으로 차용된 사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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