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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무총장 파동’은 공천 혁명하라는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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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재선의 김정권 의원이 임명됐다. 김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경선을 도운 측근이다. 그래서 친박계 유승민, 친이계 원희룡 최고위원은 자금·조직과 공천 실무를 관할하는 사무총장을 통해 홍 대표가 내년 4월 총선 공천에 개입하려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결국 의결로 정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집권당의 새 출발이 갈등으로 얼룩진 것이다.

 이번 파동은 집권당이 ‘공천’에 관해 매우 예민함을 보여주었다. 친박계는 2008년 4월 총선에서 친이계의 공천작업으로 대거 탈락한 악몽을 지니고 있다. 공천학살로 초래된 이명박-박근혜 갈등이 수년간 여권의 숨통을 조였다. 비주류로 몰락한 친이계는 친이계대로 이번에는 자신들이 희생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홍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을 안 주겠다”고 말했다. 마치 대표가 공천권을 가진 것처럼 말해 과거의 악몽을 끄집어낸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의 공천은 집권당의 총선 진로와 정권 재창출 여부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공정·밀실 공천이 재연되면 여권의 분열은 총선과 대선을 위협할 것이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더라도 집권당은 또다시 내분에 시달릴 것이다.

 한나라당은 ‘김정권 파동’을 공정 공천을 위한 경계경보로 받아들여야 한다. 홍 대표는 김 총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대신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주도한 국민경선 공천제를 받아들였다. 국민경선은 선관위가 주재하는 선거에 국민이 참여하여 정당의 후보를 뽑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 의원 140여 명은 국민경선제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홍 대표의 한나라당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이 법안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신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도 정비만이 인위적 공천을 둘러싼 갈등을 막을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집권당답게 공천 혁명을 선도함으로써 당의 혁신을 유권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갈 길이 먼데 총장 문제 하나를 놓고 또 ‘봉숭아 학당’ 같은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