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엔 국경없다 세계무대 보고 뛰어야

중앙일보

입력

팜골프. 노트북보다 훨씬 작은 손바닥 크기의 '팜 컴퓨터' 용 골프 게임이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이 소프트웨어는 1997년9월 국내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지오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제품. 하지만 국내에서는 구경할 수가 없다.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된다고 판단해 전량 수출하고 있다" 고 회사측은 말한다.

지난해에는 팜 골프의 후속 제품인 '지오골프' 를 개발해 역시 미국에 전량 수출하고 있다.

지오의 지난해 수출액은 60만달러. 올해 목표는 1백90만달러다.

나모인터랙티브는 1996년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소프트웨어인 '나모웹에디터' 를 개발해 한글과 영어판을 동시에 내놓았다. 이어 프랑스 판도 개발했다. 현재 일본.호주.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지난해 무료 전자우편 시스템을 스페인.이탈리아.미국 등에 1백만달러 어치 팔았다.

핸디소프트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상품인 '비즈플로우2000' 을 내놓았고, 게임소프트웨어 업체인 소프트맥스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창세기전3' 을 중국 유통회사인 이스터사에 공급하고 있다.

무료 홈페이지 구축 서비스인 '하이홈' 을 제공중인 테크노필은 5월부터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터넷.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다이얼패드' 를 미국에서 먼저 시작한 새롬기술처럼 좁은 국내 시장을 제쳐놓고 아예 외국 시장부터 찾는 업체도 있다.

새롬의 오상수 사장은 "넓은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뛰어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은 아직 몇몇 기업에 그친다.

인터넷 붐이 폭발적이지만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은 '안방' 만 바라보며 경쟁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소프트웨어 분야 무역수지는 해마다 3억 달러 정도의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관련 소프트웨어.장비 등의 수입이 더욱 늘어 외국기업 좋은 일만 하는 셈이다.

한국 소프트창업 자문의 김동렬 대표는 "국내 벤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 해외 진출은 엄두도 못내고 커뮤니티.회원서비스 등 손쉬운 사업에만 치중하는 점" 이라고 말했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 사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의 세계화에 좀체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가들의 쉽게 벌겠다는 안이한 자세는 기술력.마케팅.영업력 등을 더 낙후시키는 등 벤처토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두 햄버거 가게의 주인이 손님을 끌 생각은 않고 번갈아가며 상대방 가게에서 햄버거를 사먹는 바람에 햄버거를 모두 팔고도 손에 쥔 것은 고작 1달러밖에 안된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이치 아더 햄버거(each other hamberger)' 이론처럼, 안방 고객에만 의존하는 국내 벤처의 경영방식은 달러를 벌어 들이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때문에 많은 벤처기업인들은 "지금부터라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마케팅.영업력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필수. 실제 이같은 노력을 기울여 조금씩 결실을 보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새롬기술은 인터넷에서 음성.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산기술' 과 다이얼패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에 특허 출원했다.

인터넷폰 서비스업체인 와우콜도 무료 인터넷전화 비즈니스 모델을 국제 특허 출원했다.

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가 인정되면 두 회사는 많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은 물론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까지 쌓게 된다.

그러나 인터넷 벤처 B사의 사장은 "기술은 물론 인력 등이 부족해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도 허덕대는 벤처기업이 해외에 눈을 돌리기는 역부족" 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이인찬 박사는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대안을 제시한다.

해외의 인터넷 기업과 손을 잡든지, 국내 오프라인 대기업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파트너의 인력과 경영노하우를 활용하면 해외진출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화된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창업 초기부터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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