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여름에 모자 쓰는 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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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모자가 유행이다. 남성 패션 액세서리가 많지 않다 보니 모자를 이용해 멋을 내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여름에는 페도라(중절모), 겨울에는 비니(머리에 딱 맞는 동그란 형태의 니트 모자)가 인기다. 야구모자 스타일의 캡은 계절과 상관없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style&이 3명의 모자 매니어를 만났다. 내게 맞는 모자를 고르려면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 모자 스타일링부터 보관·세탁법까지 꼼꼼하게 물어봤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우성제씨가 일본·노르웨이 등 외국 출장길에서 사온 모자들이다. 어두운 색의 모자를 고를 때는 소재나 색을 더 유심히 따지는 게 우씨만의 노하우다. 이 모자들은 오래 사용해서 낡은 듯색이 바래고 올이 뜯긴 부분이 맘에 들어서 구입한 것이다(사진 왼쪽). 김민준씨가 소장한 모자들 중 일부다. 파란색 모자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의 모자를 만들어온 누에라사의 제품이다. 체크무늬 모자는 360사운드 소속 DJ 5명과 김씨가 ‘삼육공’의 첫자인 ‘ㅅㅇㄱ’을 조합해서 직접 디자인한 팀 모자다(가운데 아래쪽). 김현승씨가 올해 구입한 여름용 페도라들이다. 김씨는 “셔츠 디자인이 단순하면 모자 자체에 무늬가 있거나 띠를 두른 것이 더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페도라 쓸 때는 카디건 활용

닥스 신사복 디자이너 김현승(31)씨는 평소 정장을 즐겨 입는다. 출퇴근 복장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만나는 사적인 모임에서도 정장의 정석대로 ‘갖춰’ 입는다. 김씨에게 모자는 철저히 휴가지 또는 주말 교외 나들이용 소품이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정확하게 의상과 스타일을 구분하는 건 이탈리아에서 남성복을 공부할 때부터 생긴 원칙이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 남자들은 한여름에도 도시에선 모자를 쓰지 않아요. 격식을 갖춘 슈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대신 교외로 소풍을 가거나 휴가를 갈 때는 여름용 페도라를 꼭 챙겨가죠.” 이유가 재밌다. 정장에는 행커치프, 타이, 커프링크스(셔츠 소매에 하는 장식), 양말 등 포인트를 줄 만한 액세서리가 많다. 하지만 휴가지· 주말용 옷차림에는 이런 액세서리들이 어울리지 않는다. “멋쟁이답게 편안하면서도 차려입은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모자를 활용하는 거죠.” 김씨는 컬러와 소재, 띠장식이 다른 여름용 페도라를 20개 정도 갖고 있다.

휴가철 리조트에서 어울리는 여름용 페도라는 흔히 ‘파나마모자’라고 불린다. 진짜 파나마모자는 파나마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토킬라 나무의 어린 줄기를 엮어 만들지만 이와 비슷하게 생긴 모자를 대부분 파나마모자라고 부른다. 그는 “파나마모자에 입는 옷은 몸에 달라붙지 않도록 약간은 헐렁하게 입는 게 어울린다”고 했다. 휴가지 옷차림다운 여유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엮어 만든 모자이니 옷도 마와 면이 혼방된 것이 어울린다. 모자 색은 흰색이나 베이지 또는 여름 바다를 닮은 파랑이 적당하다. “너무 튀거나 강한 색의 모자는 시선을 머리로만 쏠리게 해서 자칫 머리가 커 보이게 만든다.” 김씨는 “모자의 색상과 같은 마 카디건을 어깨에 걸치면 시선을 모자에서 상체까지 분산시켜줄 뿐 아니라 하체까지 길어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자·바지의 색·무늬 통일하면 좋아

클럽파티·공연을 기획하는 360사운드의 리더 김민준(29)씨는 캡(앞에만 챙이 있는 야구모자 스타일) 매니어다. 현재 갖고 있는 캡만 50여 개다. “흔히 ‘야구모자’라고 부르지만 패션의 관점에서 보면 힙합 음악, 그래피티(거리 벽에 낙서처럼 그린 그림) 아트 등 거리 문화 예술가들이 즐겨 쓰는 스타일이죠.” 360사운드는 DJ·비보이 등 다양한 거리 문화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고 김씨 본인도 음악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캡을 즐겨 쓰게 됐다.

김씨는 “캡은 패션과 문화가 접목된 제품”이라며 “유명인과 얽혀 있는 디자인도 많다”고 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팀의 옛 모자들을 복원해서 판매하는 ‘에벳 필드 플라넬’ 같은 브랜드가 좋은 예죠. 저는 이 브랜드에서 베이비 루스가 썼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모자를 구입했어요.” 김씨는 누군가 ‘그 모자 멋진데, 어디 거야?’라고 물었을 때 모자와 얽힌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계절·날씨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캡의 장점이다. 김씨만의 스타일 노하우는 “모자와 바지의 색·무늬를 같은 것으로 맞추기”다. 그만의 보관법도 있다. 머리 뒷부분을 안쪽으로 밀어 넣어서 앞·뒷면이 포개지도록 만든 후 모자용 선반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여러 개의 모자를 차례차례 일렬로 겹치는 것은 괜찮지만 위로 겹치는 건 금물이죠.” 캡은 ‘각’이 중요하다. 위로 겹치면 이 중요한 각이 망가진다. 세탁에도 요령이 있다. 얼룩·때가 심하게 묻은 부분에 얼룩 제거용 스프레이를 뿌린 후 잠시 두었다가 세제를 푼 물에 담근다. 손으로 비비거나 세탁기를 돌리지 않고 잠시 두었다가 가볍게 흐르는 물에 헹구기만 해서 그늘에 건조한다.

옆머리 귀 뒤로 넘기면 어려 보여

라뷰티코아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 우성제(33)씨는 독특한 색깔과 디자인의 모자를 좋아한다. “검정색 옷을 좋아해서 셔츠부터 바지, 신발까지 모두 검정색을 입은 후에 모자로 컬러 포인트를 주죠.” 겨울에 자주 쓰는 비니는 분홍·하늘색 같은 튀는 색깔이 많다. 여름에는 남들이 잘 안 쓰는 검정색 모직 페도라를 즐겨 쓴다. 작년에 중국에서 한국 돈으로 1000원을 주고 산 카키색의 ‘공산당 모자’도 우씨가 여름에 즐겨 쓰는 모자다. 우씨의 옷장 속에는 울긋불긋 다양한 종류의 모자 50여 개가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우씨는 “모자를 처음 구입한다면 모자 전문점보다는 일반 옷 가게에서 모자를 사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모자만 빼곡하게 쌓여 있는 곳에서는 ‘패션의 고수’가 아니라면 자신에게 맞는 모자를 고르기 어렵다. 평소 즐겨 가는 옷 가게라면 어느 정도 내 패션 스타일과 비슷한 옷들이 많다는 얘기고 모자도 이런 옷들과 어울리는 것을 갖다 놓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이런 곳에서 구입한 모자라면 옷장 속의 다른 옷들과도 무난히 잘 맞을 거라는 얘기다. “평소에 잡지나 블로그를 통해 스타들의 패션 사진을 자주 보는 것도 나만의 모자 스타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죠.” 물론 이때도 모자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 옷차림과 어떻게 어울렸는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머리 감기가 귀찮거나 머리가 지저분할 때 모자를 쓰죠.” 우씨는 머리가 길면 모자를 썼을 때 더 지저분해 보인다고 했다. “가능하면 모자를 썼을 때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게 좋아요. 옆머리가 뻗쳐서 지저분해 보이는 것도 방지하고 얼굴이 작고 어려 보이는 효과도 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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