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브릭스 원작 〈스노우 맨〉

중앙일보

입력

스노우 맨(The Snowman)은 한 컷 한 컷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과 크레용의 질감처럼 따스한 느낌을 준다. 스노우맨은 런닝 타임이 26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시간 속에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꿈과 사랑이 담긴 나라로의 초대'라는 동화 이야기를 26분짜리 필름으로 제작하는데 무려 2백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84년 시카고 아동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을 비롯,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미술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 받기도 했으며 또한, 이 애니메이션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눈사람과 所년의 비행 씬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둘이 하늘로 날아 갈때의 뒤로 보이는 배경은 끊임없이 각도가 변하는데 경이로울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대사 없이 모든 내용을 캐릭터의 동작과 음악으로 표현을 했다.
게다가 소년과 눈사람이 산타클로스 나라로 비행할 때 흘러나오는 노래 "Walking in the air" 역시 이 작품의 중요한 몫을 해내고 있다.
하얀 세상 한가운데 서있노라면 마치 스노우맨이 찾아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환타스틱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사랑과 꿈이 담긴 신비의 나라로……….
스노우 맨(눈사람)….
이 애니메이션의 시작은 영국 특유의 전원을 배경으로,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레이몬드 브릭스의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레이몬드 브릭스의 모습이 그의 독백과 함께 숲속으로 멀어져 가면 배경은 실사에서 그림으로 어느새 바뀌고 아름다운 피아노곡이 오프닝을 장식한다.

눈이 내린 날, 한 소년이 눈사람을 만든다.
소년은 정성껏 눈사람에게 눈, 코, 입 등을 만들어 주고 모자와 목도리를 입혀준다. 그날 밤, 스노우맨이 추울까 봐 잠을 못자던 소년은 밖으로 나가서 스노우 맨과 함께 집으로 들어온다.

거실에서 소년과 눈사람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미있게 춤추고 놀다가 눈사람에게 이끌려 하늘을 날아서 산타클로스의 나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스노우 맨과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작별을 한다.
그 다음날 아침 소년은 스노우 맨에게 달려가 보지만 목도리와 모자만 남겨진 채 녹아버리고 만 스노우 맨을 보게 된다.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하려 노력하는 순수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에게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일반 애니메이션과 차원을 달리하는 또 다른 감동을 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참고로 원작자인 레이몬드 브릭스의 관해 소개한다.

1934년 영국 윔블던에서 출생.
1949년 윔블던 미술학교에 입학. (유화를 배움)
1953년 런던 슬레이드 미술학교에서 다시 회화 공부.
1957년 옥스포드 대학 출판으로부터 콘월 지방의 옛날 이야기의 삽화를 의뢰 받음.
1967년 〈마더 구우스〉의 보물 집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
1973년 〈추위 잘 타는 산타〉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
1978년 〈스노우 맨〉만듦.
1982년 아동문학의 최고봉인 프란시스 윌리엄즈상 수상.
현재 영국 교외의 작은 집에 거주하며 일주일에 한번쯤 브라이튼 미술대학의 강단에 서며 독신으로 집에는 소와 양, 거북이, 고양이를 기른다.
최고의 흥미대상은 어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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