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너도 살고 나도 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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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재래시장 등 유통업계에서 라이벌끼리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 이 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독자 생존보다는 경쟁사와 공생.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과 삼성플라자는 지난해 말 상품권을 공동사용하기로 제휴했다. 상품권의 사용 범위를 확대해 매출을 늘려보자는 일종의 '윈-윈 전략' 이다. 이를 통해 두 백화점은 지난 1월부터 서로 상품권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대백화점에서 하루 평균 1천만원 정도의 매출이 삼성플라자 상품권으로 일어낫다. 삼성플라자에는 현대상품권이 하루에 7백만원 정도 들어온다.

현대와 삼성플라자는 이 제휴로 매출이 1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플라자 차효완 과장은 "상품권 공동사용 효과가 의외로 좋게 나타나자 다른 백화점들도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며 "2~3년 안에 국내 모든 백화점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품권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고 전망했다.

상가끼리 또는 상권간의 경쟁의식이 어느 곳보다 치열한 재래시장에서도 공동브랜드 사용.공동 마케팅 등 연합전선 구축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혜양엘리시움.우노꼬레.아트플라자.신평화상가 등 동대문 재래상가들은 동대문의 영문 약칭인 'T.D.M' 이란 공동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였다.

해외 바이어에도 어느 정도 명성이 알려진 동대문시장이란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어 해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자는 취지다.

혜양엘리시움 조인식 상우회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패션전시회 '프리뷰 인 서울' 에서 'T.D.M' 이란 꼬리표(태그)를 붙인 동대문상가 제품으로 4억달러 이상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고 밝혔다.

조회장은 "공동브랜드를 동대문시장 상가 전체로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과 지방의 상가가 손잡은 공동마케팅도 있다. 서울 명동 패션몰 굳앤굳은 부산지역 쇼핑몰 르네씨테.네오스포 등에 매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해 파는 곳이 아니다. 서울에서 파견된 직원이 상주하면서 현지 상인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본사에서 제품을 가져와 배송하는 일을 책임지는 곳이다. 일종의 주문점포(오더 숍) 개념이다. 매장 직원은 지방상인들에게 값을 할인해주는 재량권도 있다.

부산 쇼핑몰들은 굳앤굳 측에 이 매장을 무료로 내줬다. 지방 상인이 물건을 구입하려고 서울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 없이 빌려 준 것이다.

혜양엘리시움은 아리오조(일산).네오스포(부산) 등 지방 신흥 쇼핑몰들과 제휴해 현지 상인들에게 회원카드의 일종인 ID카드를 발급하기로 했다.

이곳 상인들이 혜양엘리시움에서 상품을 사면 할인혜택을 주고 반품.외상 등의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대신 ID카드를 발급받은 지방상가 상인들은 혜양엘리시움에서 구입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팔아주는 등 일종의 품앗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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