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등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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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이 9년여만에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 배럴당 31달러선을 돌파한 뉴욕시장 유가는 이번주 첫날인 6일(이하 현지시간) 32달러를 넘어서더니 7일엔 34달러선을 껑충 뛰어넘어 34.1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달들어 나흘간의 개장일중 3.97달러가 올랐으니 하루 평균 거의 1달러씩 오른 셈이다. 원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1달러 오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약 10억달러 악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무서운 폭등세다.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지면 각종 저항요인들이 작용해 유가가 곧 30달러선 아래로 회귀할 것이란 분석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배럴당 35달러선도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35달러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로보인다.

유가가 치솟는 이유는 공급부족이다. 세계 석유수요는 계속 느는데 산유국들이 지난해 4월부터 생산량을 줄여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공급부족으로 미국의 석유재고량은 2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기전엔 공급부족을 해소하고 가격폭등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세계 석유시장의 관심은 온통 오는 27일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에 집중돼왔다. OPEC 회원국들이 이 회의에서 기존의 감산합의를 중단하고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OPEC 회원국들이 증산할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 유가는 잠시 떨어졌다 증산이 어려울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다시 치솟는 요동이 지난해말 이후 계속됐다.

유가가 과도하게 오르면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들도 크게 강화됐다.

특히 미국은 산유국들에 유가 인하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이 직접 중동 산유국 순방에 나서 유가인하를 위해 생산량을 늘리라고 촉구했다. 빌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경고한 바있다. 미 의회에서는 유가안정에 협력하지 않는 산유국에 대해서는 군사원조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에 따라 27일 OPEC 회의에서 증산이 결정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를 주도했던 사우디 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멕시코 3개국 석유장관들은 지난주 런던에서 만나 생산량을 늘린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증산합의가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감산합의에 참여한 10개 OPEC 회원국중 이란과 리비아, 알제리, 카타르는 4월 이후 증산에 반대하고 있다. 이중 이란과 리비아는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운 나라이다. 특히 이란은 외부적인 압력에 의해 산유량을 늘려서는 안된다며 노골적인 증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OPEC는 그동안 만장일치의 결정을 선호해왔다. 회원국중 일부가 반대하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이다. 27일 회의에서 증산이 결정되려면 우선 이란과 리비아등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란과 리비아, 알제리는 별도 회담을 열어 증산반대에 공동 보조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산결정의 커다란 걸림돌이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증산이 결정된다 해도 그 물량은 하루 100만배럴 정도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 이상의 대량 증산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

그러나 현재 세계 원유소비량은 생산량에 비해 하루 200만배럴 이상 많은 상황이다. 여름철이 가까워지면서 석유소비가 준다 해도 하루 100만배럴 증산으로는 공급부족을 메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예측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석유수요는 하루 기준으로 180만배럴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최소한 이 수준으로 증산돼야 유가가 진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유국들의 증산합의가 어렵고,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증산물량이 적을 것이란분석이 유가를 치솟게 하고 있다.

27일 OPEC 회의에서 소폭 증산 결정이 내려진다해도 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리처드슨 장관은 이에 따라 산유국들의 증산물량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있다고 밝혔다. 향후 국제유가의 추이는 27일 회의에서 어느 정도의 증산 결정이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이 회의에서 증산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올 여름 유가는 배럴당 35달러선을 맴돌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lkc@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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