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시간 듣기·말하기·쓰기 한 달 반, 영어 두려움 떨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매일 3시간 영어 공부를 한 결과 3개월 만에 실력이 크게 오른 이동민군이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하루 동안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중학교에 진학하면 영어 학습에 큰 변화가 생긴다. 회화 위주로 수업이 이뤄지는 초등학교 때와 달리 중학교에서는 어휘·문법·독해·듣기·말하기·쓰기 등 다루는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영어 공부 고민을 호소하는 초등 6학년 학생들이 많다.

열려라 공부와 윤선생영어교실이 진행하는 ‘영어 고민 제로’ 마지막 참가자 이동민(서울 영동초 6)군과 엄마 김미경(40·서울 영등포구)씨도 올 초까지만 해도 그런 고민이 컸다. 그러나 3월 말부터 하루 2~3시간씩 영어 공부를 한 결과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솔루션팀이 이군의 집을 방문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영어 소문자 b와 d도 구분 못해 파닉스부터

이군은 초등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올 3월에 돌아왔다.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영어 공부를 해야 해 한국에 오자마자 영어 실력을 알아봤다. 결과는 예상 외였다. 영어 소문자 b와 d도 구분을 못 했던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유치원이나 집에서 영어 공부를 조금이나마 했고, 일본 학교에서 매주 한 시간씩 원어민 영어 수업을 했는데도 그랬다. 일본에서는 교재 없이 자유롭게 회화 위주로 수업을 했다. 김씨는 “간단한 문장 정도는 알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초부터 해야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기초라도 다져야겠다는 생각에 이군이나 김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처음 한 달은 파닉스만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이야기 속에서 파닉스 단어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소리와 철자의 규칙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윤선생영어숲 영등포센터 양해숙 관리교사는 “학생 대부분이 6개월 동안 거치는 과정을 동민이는 한 달 만에 끝냈다”고 설명했다. 파닉스 과정을 마친 뒤 읽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다. 실용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말하기 학습을 하고, 상황 중심의 명령문과 미국에서 실제로 쓰는 기초 영어회화 표현을 익혔다. 5월에는 쓰기 공부도 시작했다. 다양한 문형과 표현, 글쓰기 규칙을 이용해 글을 완성시켰다. 문장 중에 자주 쓰이는 어휘 학습을 했더니 읽기가 한층 유창해졌다.

단기간 학습은 내 수준보다 약간 높은 교재로

이군은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한 시간씩 영어 공부를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직후에도 1시간30분씩 영어에만 집중했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게임처럼 평가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하루 동안 공부한 내용을 점검했다. 일요일에도 거르지 않고 공부했다. 일반적인 초등학생이 한 달 동안 영어 교재 4권을 학습한다면 이군은 16권을 학습했다. 이런 방법으로 한 달 반 만에 초등 3학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지금은 초등 4학년 과정을 반 이상 나갔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부속 국제교사교육원(TTI) 박혜옥 교수는 “동민이가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에 영어 실력도 어느 순간 빠르게 늘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어는 이군이 모국어처럼 습득했기 때문에 계속 쓰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다. 박 교수는 일본 드라마나 일본어능력시험 등을 통해 일본어를 꾸준히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영어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두 가지 언어를 처음 배울 때는 어느 단계까지는 혼돈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상승 효과가 있다”고 했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성지연 연구원은 “영어는 잘하든 못하든 노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군이 매일 3시간씩 영어에 집중했던 것이 단기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학습할 때는 자기 수준보다 약간 높게 해야 한다. 박 교수는 “동민이가 만약 자기 수준이 아닌 6학년 교재로 같은 시간 동안 공부했다면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루션팀은 김씨가 기초 다지기부터 하게 한 것이 아이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솔루션팀은 “또래와 영어 수준을 맞추기 위해 1년만 참자는 마음이 공부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며 “매일 3시간씩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유지한다면 동민이의 첫 목표대로 6학년 2학기까지 중1 과정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영어 고민 제로’ 상담 받고나니
시키지 않아도 숙제하고, 긴 문장도 술술 읽네요

솔루션팀은 4월부터 영어 고민 상담 신청을 받아 개인별 진단과 수준별 학습을 진행해왔다. 두 번째 참가자 김보민(5)양의 엄마 정지운(37·서울 성동구)씨는 딸이 영어에 좀 더 흥미를 갖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했으면 싶어 참여했었다. 상담 후 두 달이 지난 요즘 보민이는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영어 과제를 알아서 하고, 정해진 분량보다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정씨는 “열려라 공부에 자기 이야기(4월 20일자 S6면)가 나간 후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받아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보민이가 그동안 영어 뮤지컬이나 마술로 영어를 배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그것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며 만족해했다.

 네 번째 참가자 최지윤(용인 상하초 3)양은 어려서부터 엄마 장경희(47·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씨와 ‘엄마표 영어교육’을 해왔다. 4년을 공부했지만 긴 문장을 더듬더듬 읽어 장씨의 고민이 컸다. 솔루션팀의 진단 결과에 따라 윤선생영어숲 용인구성센터 정운선 관리교사와 한 달 정도 공부했다. 장씨는 최근 아이의 영어 발음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칭찬했다. 그는 “예전에는 파닉스가 헷갈려 책을 읽다가 곧잘 막혔는데 파닉스 학습을 체계적으로 한 후 긴 문장도 술술 읽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에 자신감이 생겨 지금은 설령 틀리더라도 당당히 읽는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