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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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에서 온 로봇 군단을 시작으로 올 여름 극장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3D 화면에, 다양한 볼거리를 내세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잔잔한 감동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나겠다’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서 150만부 판매 기록한 동화 원작

 머나먼 옛날, 육식공룡 ‘하트’(티라노사우르스)는 길을 걷다 우연히 공룡알을 발견한다. ‘톡톡’ 건드리자 초식 공룡인 아기 공룡(안킬로사우르스)이 알을 깨고 나온다. 하트는 군침을 흘리며 “고 녀석 맛나겠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아기 공룡은 ‘맛나’가 자신의 이름인 줄 안다. 자신을 집어삼킬지도 모르는 하트를 무서워하기는 커녕 아빠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는 맛나와 얼떨결에 아빠가 되어버린 하트. 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나겠다’(이하 고녀석)는 절대 아빠와 아들 사이가 될 수 없는 이들의 아슬아슬하면서도 유쾌한 모험을 담고 있다.

 영화 ‘고녀석’은 동화 『고 녀석 맛있겠다』를 원작으로 만들었다. 미야니시 타츠야가 쓴 원작 동화는 일본에서 150만 부 판매를 기록하는 등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이 부자 사이가 된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이들이 가족이 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들을 엮어주는 것은 ‘사랑’. 동화와 영화 모두 ‘사랑이라는 힘이 있다면 누구든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입 먹잇감이던 ‘맛나’가 아빠처럼 되고 싶다며 자신을 따라다니고 흉내내는 모습에 하트는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빠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열매를 따와서 건네는 맛나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육식 공룡인 탓에 열매를 먹지 않는 하트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맛나가 보이지 않자 온 평원을 뛰어다니며 찾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맛나를 강하게 훈련시키는 하트의 모습은 자식을 걱정하는 아빠의 모습 그대로다.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나서는 모든 가족 관객들이 손을 꼭잡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고녀석’은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따뜻한 느낌 살려

 원작 동화의 감동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감독 후지모리 마사야는 컴퓨터 그래픽과 3D기법 대신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리는 셀애니메이션 기법을 선택했다. 이로써 더 따뜻해지고 더 다정해졌다. 부드러운 움직임과 정감 어린 그림은 셀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다. 원색 대신 파스텔 계열의 색상을 사용한 것도 기존 애니메이션과의 차이점이다. 후지모리 감독은 “파스텔 색상이 지닌 따뜻한 느낌은 작품의 특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영화 속 파스텔 색상의 공룡은 동화 속에서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동화와의 차이점도 있다. 정교한 표현과 움직임은 영화만의 매력이다. 주인공 하트가 다른 공룡 패거리들과 싸우는 장면은 동화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을 준다. 턱을 많이 움직여 음식을 먹는 공룡의 특성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공룡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영화에는 원작보다 많은 종류의 공룡이 등장하는데 직립 보행을 한다든가, 팔 길이가 짧은 티라노사우르스의 경우 손이 입에 닿지 않는 등 공룡이 가진 각각의 특성을 그대로 살렸다.

[사진설명] 가족이 되어가는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의 이야기 ‘고 녀석 맛나겠다’의 장면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사진="무비앤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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