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South Korea냐? … 무시하던 구글 직원도 기술에 감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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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SK C&C의 미국 애틀랜타 법인은 요즘 몰려드는 일감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구글 지갑’의 핵심 솔루션을 SK C&C가 개발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관련 기술을 공급해 달라는 요구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엔 미국 최대 선불카드 전문업체인 인컴(InComm)과도 제휴했다. 올 10월 인컴의 선불카드를 스마트폰에 넣어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인컴은 연간 5억 장의 선불카드를 발급하고 130억 달러 규모의 선불카드 거래를 중개하는 업체. 현재 미국 선불카드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에요.”

 SK C&C의 미국 애틀랜타 법인 홍준식 상무는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여름 ‘오늘 구글과 콘퍼런스 콜이 있습니다’라는 공지를 제휴업체인 미국 퍼스트데이터(FDC)로부터 처음 받았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SK C&C 미국 법인의 임재민 차장, 홍준식 상무, 이태현 부장(사진 왼쪽부터)이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SK C&C가 개발한 것은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결제 정보를 구글 스마트폰에 내장된 근거리무선인식(NFC) 칩에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해 주는 솔루션. SK C&C는 구글과 제휴한 FDC에 이 기술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로서 구글과의 회의에 참석하곤 했다. FDC는 오프라인 신용카드의 결제 관리로 세계 최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바일 분야의 신용카드 결제 기술은 갖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몇몇 글로벌 IT 기업과 기술 개발을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하고 SK C&C에 기술 개발을 의뢰한 참이었다.

 “처음 회의에 참석했을 때 구글 직원들은 우리와 눈도 맞추지 않았습니다. 서툰 영어가 가장 큰 문제였어요. 진땀을 흘려가며 설명해도 번번이 무시당하곤 했죠.”

 그들이 SK C&C라는 기업을 모르는 것도 문제였다. ‘SK가 사우스코리아(South Korea)’의 약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회의가 거듭될수록 분위기는 달라져갔다. 세계 어떤 IT 업체도 해낼 수 없는 기술을 SK C&C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차츰 알게 됐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점점 SK C&C 직원들의 입을 주시했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SK C&C의 조언을 들었다.

 “미국 업체들이 한 달 걸릴 일을 2~3일 만에 해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더군요. 문제가 생기면 한국과 미국의 기술자들이 24시간 온라인상에서 대기하면서 공동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커뮤니케이션했어요. 한국인의 근성과 집중력으로 신뢰를 얻은 셈이죠.”

 SK C&C가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솔루션에서 앞서갈 수 있었던 것은 2001년 이 회사가 개발해 국내에서 상용화했던 휴대전화 결제 솔루션 ‘모네타’ 덕이다. 당시 축적한 기술력이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빛을 발한 것. 전문가들은 2014년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의 규모가 1조1300억 달러에 달하고, 이 가운데 구글 지갑 같은 NFC 기반 서비스가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한다.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는 2014년까지 3억대의 NFC 기반 휴대 단말기가 보급될 것으로 관측한다.

 SK C&C는 올 2월 ‘코어파이어’라는 독자적인 모바일 결제 솔루션 브랜드를 만드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계획 중이다. 애틀랜타 법인 이태현 부장은 “글로벌 1등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본격화된 글로벌 모바일 커머스 솔루션 시장을 이끄는, 이 분야 세계 1등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구글 지갑’이란

구글이 개발한 ‘전자지갑’ 서비스. 스마트폰에 이 기능을 탑재한 뒤 근거리무선인식(NFC)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NFC란 10㎝ 이내 거리에서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구글은 결제 정보에 맞춰 사용자에게 다양한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마스터카드·씨티그룹과도 제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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