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서 세계 최대 희토류 광맥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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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이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희토류가 태평양 바닷속에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4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대학 공학연구소의 가토 야스히로(加藤泰浩) 교수팀(지구자원학)은 태평양의 하와이와 프랑스령 타히티 부근의 약 1100만㎢ 일대 해저에서 희토류를 함유한 진흙층을 확인했다. 추정 매장량은 900억~1000억t이나 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육지 매장량(1억1000만t)의 약 800~1000배에 달한다.

 연구팀은 도쿄대 해양연구소 등과 함께 지금까지 태평양의 약 80개 지점에서 채취한 해저 지층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와이섬을 포함한 태평양 중앙부 약 880만㎢와 남동부 타히티섬 주변 240만㎢ 지역 총 1100만㎢ 넓이 해저에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심 3500~6000m 지역에 희토류가 섞인 두께 2~70m의 진흙층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희토류의 농도는 400~2230ppm으로, 중국 남부의 희토류 광산에 필적하는 규모다. 이곳에 매장된 희토류층에는 TV와 광학디스크에 사용되는 테르븀,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 발광다이오드에 사용하는 유로퓸 등이 골고루 섞여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지상에서 희토류 채굴 시 문제가 됐던 방사성 원소 라듐과 토륨이 해저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아 작업이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대 연구팀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저의 화산 폭발로 분출한 제오라이트 성분이 희토류를 빨아들여 바다 밑에 쌓인 것으로 보인다”며 “해저의 진흙을 퍼 올리는 방식으로 희토류 채취가 가능하며 희토류의 성분도 산업적 이용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저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려면 해상에 떠 있는 배에서 긴 관을 내려 진흙을 빨아올린 뒤 이 진흙에서 희토류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해저에서 개발 가능한 희토류가 대량으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본격적인 개발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수출을 통제하면서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희토류 수출규제 분쟁을 빚은 일본은 정부와 민간기업 주도로 희토류 발굴 및 대체자원 확보에 주력해 왔다.

공해상 자원은 각국 정부가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과는 달리 인류의 공동 재산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1994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BA)의 광산 인정을 받아야 개발할 수 있다. 도쿄대 연구팀의 이번 발굴 결과는 4일 영국에서 발간된 과학전문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희토류=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비철금속 광물. 열을 잘 전달하고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어 반도체나 2차전지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엔진이나 TV·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재료로 쓰인다. 란타늄·세륨·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17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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