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변검술사 중국공산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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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구소련이 붕괴괴자 많은 사람들은 이제 세상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의 시대가 도래되었다고 믿었다. 미국의 정치학자 후쿠야마 교수의 역사의 종언(end of history)이라는 말도 그때 유행하였다.

그런데 중국의 개혁 개방이후 30년이상 고도성장에 따른 중국의 부상은 더 이상 찻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G2의 하나가 된 중국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지구상의 모든 인류의 생활에 구석구석 영향을 주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중국의 공산당임을 알게된 사람들은 역사가 끝난 것이 아니고 새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니가 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금년 7월은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이 되는 달이다. 중국 공산당은 90년전 창당 이후 시대에 따라 당의 성격이 수차례 바뀌면서 변화를 거듭해 왔다. 중국 공산당을 중국의 전통 기예 “변검술(變瞼術)”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필요에 따라 매번 얼굴이 바뀌기 때문이다.

90년전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내에서 공산주의야 말로 쓸어져 가는 조국을 구하는 길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민족자존, 인민해방이였다. 안으로는 봉건주의,밖으로는 일본제국주의가 그들의 적이었다. 그후 일본이 패망 물러가자 “타도 장개석(蔣介石)”을 내걸고 인민을 다시 한번 단합시킨다. 공산당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보이던 국공내전에 승리하여 신중국을 건국한다. 이제 그들의 적은 자본주의와 유산계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신중국 건국 30년 후 중국 공산당은 다시 한 번 변한다. 개혁 개방으로 지금까지 적대했던 자본주의 정책을 도입하고 현대화를 위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실용적인 정당으로 다시 태어 난다. 거대한 산업경제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과거 노동자 농민 군인 중심의 노농병(勞農兵) 정당에서 명문대학 출신자로 석박사 중심의 엘리트 정당으로 바뀐다.

영국의 파이낸살 타임즈의 북경특파원을 지낸 리차드 맥그리거는 지난해 “공산당(The Party)"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이끌어 낸 중국 공산당의 특별한 메카니즘에 관심을 가져왔다. 공산당은 신처럼 중국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함께 있지만 절대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레닌의 각본에 따라 인사.선전.무력이라는 3대 기둥을 통해 일당독재로 인민을 영도해 왔지만 구소련 붕괴이후 레닌식 공산주의는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의 모델이 될 수 없고 지금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 가고 있는 현실이 진정한 공산주의라는 것이다.

창당 당시 마오쩌둥등 50여명이었던 당원이 8000여만명으로 세계 최대의 정당이 된 현재 중국공산당의 화두는 부패 척결이다. 중국 공산당의 장기 집권이 가져다 준 부패를 적극 처벌 못하면 당의 존재가 위태로워진다. 변검술의 마지막 얼굴이 판관 포청천의 화난 얼굴이 될 것 같다. 중국인들이 지난 60년 이상 불러 왔던 “공산당이 없었으면 신중국을 누가 건국하리”.(沒有共産黨 沒有新中國)”라는 노래가 계속 불리워지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이 다시 한 번 크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있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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