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임금교섭 `심상치 않다'

중앙일보

입력

올해 대기업 임금교섭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근로자측은 경제위기 회복에 따른 보상 욕구로 두자릿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있는 반면에 사용자측은 실물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데다 고비용.저효율 체제의 재연을 방지해야 한다면서 한자릿수 인상을 고수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 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기본급 13.7% 인상을 골자로 한 임금인상 요구안을 확정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12.3% 임금인상 및 조기협상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대우자동차판매, 쌍용자동차 등 매각대상에 오른 기업의 노조도 각각 17.7%, 10.9% 임금인상과 수당 원상회복 등을 회사에 요구하고 나섰다.

LG정유 노조는 지난달 28일 대의원대회에서 15.2% 기본급 인상과 복지제도의 경제위기 이전 수준회복을 올해 임협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이미 13.2% 임금인상요구 지침을 마련한 한국노총 산하 27개 업종별 연맹중 임금인상안을 확정한 15개 연맹의 평균 인상요구율은 13.9%로 나타났으며 민주노총도15.2%의 임금인상 지침을 내놓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측은 일부 성장산업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경기회복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은 만큼 올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인 5.4% 인상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노무담당자들은 정보통신기업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제공 붐, 벤처 창업열풍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가중되고 있어 올 임금협상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관련, 노사정위 상무위원인 한양대 김재원 교수(경제학)는 `2000년한국의 노동시장 전망' 논문을 통해 "올해는 임금교섭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어느때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실제임금이 12% 인상됐으며 올해도 9% 안팎의 임금인상이 예상된다"면서 "올해 노동생산성증가율이 3.4%로 전망되는 만큼 임금인상도 3-4%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운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