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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남이 우리아이 만질 때 공손하게 거절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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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일러스트=강일구]


일명 ‘지하철 폭행녀’ 사건을 계기로 ‘남의 아이 만지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안에서 자기 아이를 귀엽다며 만지는 할머니의 얼굴을 아이 엄마가 페트병으로 내리친 사건이다. 이 일이 알려진 뒤 아이 엄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런데 피해자 할머니의 잘못까지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레몬테라스(cafe.naver.com/remonterrace.cafe)·해오름(www.haeorum.com) 등 주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모르는 사람이 아이 만지는 게 싫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내 아이를 만지는 사람이 무슨 병에 걸린 사람일 수도 있고, 소아성애증 환자일 수도 있으니 꺼림칙하고 불쾌하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론 “만지면 안 돼”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소아과 원장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남의 아이는 안 만지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손은 각종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기에 남의 아이를 만지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의 옷 위를 만지거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등 살과 살이 직접 부딪치지 않은 접촉도 “의학적으로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하 원장은 설명했다. 최근 유행하는 수족구병도 옷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남의 아이 만지기’는 ‘성추행’의 관점에서도 예민한 문제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신혜선 팀장은 “유아라고 해서 자기 몸에 대한 권리가 없는 게 아니다”라며 “호의다, 예의다 라는 이유로 신체 접촉 허용 한계를 명확히 하지 않아 불거지는 성 문제가 많은 만큼 어린 아이라도 허락 없이 만지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Yes-But’ 화법으로 거절하세요

그렇다면 모르는 사람이 내 아이를 만졌을 때 거절의 뜻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서비스매너 강사 임수민씨는 “‘Yes-But’ 화법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일단 상대의 뜻을 존중해 준 뒤 자신의 의견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시키면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만지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가 정답이 된다.

전통예절 교육기관인 예지원의 성기안 강사는 “죄송합니다, 제 아이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요. 죄송합니다”를 모범 답안으로 제시했다. 상대의 문제라기보다 내 아이의 약점 때문인 척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웬만한 사람은 ‘만지는 걸 싫어하는구나’ 눈치챌 터. 그 무안한 감정을 헤아려 문장 앞뒤로 ‘죄송합니다’를 넣어주라는 조언이다.

글=이지영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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