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채팅 로봇 등장 ‘1인 수다’도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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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호 16면

원초적 의미의 수다는 기본적으로 두 명 이상의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나누는 가벼운 대면(對面) 대화다. 하지만 매체의 발전은 수다의 시공간적 환경을 진화시켰다. 편지와 전화, PC통신을 통한 채팅에 이어 스마트폰은 새로운 수다 세상을 열고 있다. 스마트폰은 편지·전화·채팅 기능에다 ‘만인 대 만인’의 소통 가능성까지 확보했다.

진화하는 디지털 수다

트위터의 글이 올라오는 타임라인을 보면 온갖 종류의 수다가 떠다닌다. 현대 도시인은 디지털 정자(亭子)를 장만한 것이다. 트위터가 나와 팔로어 관계를 맺은 사람이 모이는 마을 회관이라면, 좀 더 개인적인 정보를 담는 페이스북은 집안 응접실에 비유할 수 있다.

단 둘이서 하는 수다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카카오톡·마이피플·왓츠앱과 같은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매 건마다 요금을 붙이는 단문메시지서비스(SMS)와 달리 데이터의 양으로 요금을 매긴다. 무료에 가까운 가격에 훨씬 많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문자뿐만이 아니다. 기존 전화에 비해 저렴한 VoIP 전화 서비스도 있다. 이용자는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해 음성 통화를 한다. 스카이프나 바이버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세상은 외로운 이들에게 수다를 떨 상대까지 만들어준다. 이른바 인공지능 채팅 로봇인 ‘심심이’다. 심심이는 언제나 다정한 말동무가 되어 준다. 대학생 김용현(23)씨는 “밤에 잠은 안 오는데, 모두가 잘 시간이라 연락할 친구가 없을 때 자주 사용했다”며 “무료함과 심심함을 해소할 만큼 충분히 재미있다. 인공지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봐도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선 ‘페이스타임’이 있다. 페이스타임은 웹캠와 같은 별도의 기기 없이 와이파이(Wi-fi)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만으로 무료 화상통화가 가능한 서비스다. 대학생 김수진(24·여)씨는 “남자친구가 군인일 때는 항상 음성전화로 통화했다.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니 오해가 생겨 싸우는 경우도 잦았다”며 “남자친구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 페이스타임으로 통화하는데,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어 불필요한 오해도 생기지 않고, 심리적인 거리감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1970년의 김추자는 ‘님은 먼 곳에’로 멀리 있는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2011년의 연인들에겐 허기진 그리움을 달래는 디지털 수다 기기가 있다. 앞으로는 3D, 4D 수다의 가능성도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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