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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 제왕은 소나무 … 백송·일엽송 등 명품 1억 넘기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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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호 22면

#장면1=중견기업 사장인 김모씨는 올봄 정원에 개당 2000만원이 넘는 소나무 두 그루를 큰맘 먹고 심었다. 하나는 경북 영양의 산골 절벽에서 자라 줄기가 구불구불한 희귀 소나무였고, 또 다른 하나는 충남 청양에서 공수된 부채를 펼친 모양의 둥근형 소나무(반송)였다. 김 사장은 조경업자로부터 각각 70년 안팎의 수령(나무 나이)과 원산지 등이 적힌 일종의 품질보증서도 받았다. 그는 “누가 봐도 귀한 나무라 나중에 혹시 팔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경용 나무와 돌의 세계

#장면2=서울 강동구의 왕성수목원에는 특이한 모양의 자연석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모 대학의 교수가 “돌 모양이 사람의 인체 형상과 비슷하다. 정원 조경용으로 쓰고 싶으니 팔 수 없냐”고 문의했다. 수목원 관계자는 “구하기 힘든 형태의 자연석이었지만 소나무를 산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해 500만원에 넘겼다”고 말했다.

나무 화석인 규화목을 배치한 충북 제천의 리솜포 레스트 리조트 산책로.

웰빙 주거 환경이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조경수와 조경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골프장이나 고급 리조트·전시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진귀한 나무와 돌이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나 단독주택 정원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새로 생기는 아파트 단지는 경쟁적으로 멋진 나무와 돌을 심는 추세다. 대형 단지가 건설될 때면 전국에 일시적으로 소나무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가격이 30~40% 오르기도 한다. 단독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 근교의 고급 전원주택에는 목돈을 들여 정원을 꾸미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산기슭 나무와 강가의 돌이 사람의 손을 거치면 차 한 대 값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갖가지 나무와 돌로 정원을 제대로 꾸미려면 수억원이 들기도 한다. 조경수와 조경석이 비싼 것은 희소성 때문이다. 전문건설협회 윤영관 국장은 “나무가 조경용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최소 1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린다. 멋진 모양의 자연석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나무와 철쭉·과일나무가 기본
야산·하천 등에 자연 상태로 있는 나무와 돌은 함부로 캘 수 없다. 산림청 안병기 사무관은 “산림법상 나무나 석재의 굴취는 해당 지방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사실상 신설 도로나 댐 건설 등 대규모 공사로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나 공급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물론 조경업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밭에서 키우는 나무가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키웠어도 10~30년 수령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50년 이상 자란 나무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순 없다. 시골 농지를 개간하다가 나오는 돌이 조경석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간간이 있지만 수량이 많지 않다.

조경수의 제왕은 소나무다. GS건설 조경 담당인 류한건 과장은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다”며 “정원을 꾸밀 때 한가운데에 좋은 소나무를 심고 둘레에 철쭉과 과일나무를 두른 뒤 멋스러운 돌을 두어 개 놓는 게 기본 패턴”이라고 말했다.

소나무를 크기에 따라 나누면 50년 넘는 수령에 키가 10m 안팎의 장송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 빌딩, 대형 아파트 단지에 들어간다. 이런 소나무는 대부분 산림이 울창한 강원도에서 공수한다. 가격은 1000만~2000만원대가 많지만 100년 넘는 소나무는 5000만원 이상인 것도 있다. 키는 크지 않아도 모양이 독특한 자연산 소나무는 가격이 급등한다. 수령이 오래될수록 줄기가 하얗게 되는 백송, 잎이 하나만 나오는 일엽송 등 ‘명품’ 소나무는 1억원 이상에 판매되기도 한다.

유명 인사가 식수한 나무는 프리미엄을 받는다. 예를 들어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현관 앞에 식수한 일명 ‘YS 소나무’는 3000만원에 심었지만 지금은 다섯 배가량 올라 1억50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단독주택에 많이 심는 것은 키 2~3m인 둥근형 소나무나 정원용으로 예술성을 가미한 조형 소나무다. 더 작은 것으로는 실내에도 놓을 수 있는 분재가 있다. 이 나무들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풍성한 녹음을 제공해주는 느티나무와 화려한 꽃이 피는 벚나무와 귀룽나무·이팝나무 등도 조경수로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 춘천 제이드가든에 있는 수령 50년의 귀룽나무는 ‘100만 달러짜리 나무’로 소문이 난 적이 있다. 김종근 제이드가든 팀장은 “모양이 워낙 예뻐 ‘100만 달러 줘도 안 아깝다’고 자료를 냈는데, 값이 100만 달러인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며 “실제 그 정도 가격은 안 되겠지만 고급 나무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론 값비싼 조경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높이 2m, 지름(굵기) 6㎝인 어린 소나무는 10만8000원이며 중간 크기인 높이 5m, 지름 20㎝인 소나무는 74만4000원에 가격이 책정돼 있다. 조달청은 1년에 한번씩 산림청·수자원공사·문화재청 등 8개 정부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한 조경수 가격을 고시한다. 이 가격은 공공공사 입찰 때 기준이 된다. 그렇지만 조달청 가격이 꼭 시장가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높이 3m, 지름 12㎝인 조형 소나무는 조달청 가격으로는 90만9000원이지만, 과천화훼단지 등의 시장에서는 비슷한 크기를 40만~50만원에도 살 수 있다. 과일이 열리는 유실수는 비싸지 않다. 화훼단지에서 1~2m 높이의 대추나무는 3만원, 블루베리나무는 10만원 선에 구입이 가능하다. 분재의 경우 10만원짜리부터 시작해 수년간 공을 들여 멋을 내 1000만원 이상 가는 것도 있다.

조경수는 옮겨 심은 뒤 고사하지 않고 잘 자라면 면역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가격이 통상 두 배 이상 오른다.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이상석 교수는 “나무는 이식을 할 때 큰 뿌리에서 다시 잔뿌리가 자라 또 다른 성장의 계기가 되고, 가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왕성수목원 관계자는 “나무를 뽑아서 바로 옮기는 게 아니고, 뿌리를 정리한 뒤 다시 묻었다가 1년 뒤에 옮겨야 생존력이 높다.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관리비용도 가격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돌은 자연석과 큰 바위를 깬 발파석 있어
조경석은 공원이나 정원을 꾸밀 때 조경수의 보조수단으로 쓰일 때가 많다. 조경석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자연석과 큰 바위를 깨서 만든 발파석이 있다. 발파석은 계단이나 화단 벽 쌓기에 주로 쓰인다. t당 2만~4만원이면 구입 할 수 있다. 정원에 장식용으로 놓는 돌은 경관석이라 부른다. 보통 자연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싼 경우가 많다. 대부분 기암괴석이 있는 충북 단양. 제천이나 강원도 영월 등에서 개발 때 나온 돌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조경석도 크기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대형 간판석은 최소 1000만원 이상이며 수억원을 넘기도 한다. 국회가 2008년 2억1000만원을 들여 높이 7m, 무게 68t의 남근 모양 자연석을 국회의사당 후문에 놓았다가 논란 끝에 헌정기념관 뒤 공터로 옮긴 사례는 유명하다. 조경석 전문업체인 영원조경 관계자는 “큰 조경석은 대형 크레인을 부르고 인부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돌 값보다 설치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원에는 1~2t 규모의 자연석이 많이 사용된다. 자연석은 모양이 사람 얼굴이나 몸의 일부분, 동물을 닮은 경우 가격이 1000만원대 이상으로 뛴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서 수입한 특이한 재질의 돌도 인기가 있다. 돌과 나무의 중간 형태를 띤 인도네시아산 규화목은 특성 때문에 최고 2000만원 넘게 팔리기도 한다. 규화목은 땅 속에 수만 년 묻혀 있던 나무 밑동에 지하수의 규소 성분이 스며들어 겉표면이 돌처럼 딱딱해진 나무 화석을 말한다.

자연석으로 축소한 자연풍경을 표현한 분경은 실내외 장식으로 모두 쓰일 수 있다. 과천화훼단지 내의 반석조경농원 공창도 대표는 “일반적인 산이나 절벽을 표현한 분경은 40만~60만원, 설악산처럼 특정 산세 모양을 닮은 분경은 500만원 정도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수나 조경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인근 화훼단지나 농원 등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서울 강북은 구파발, 강남은 둔촌동과 양재동·우면동, 과천 주암동 등이 판매단지로 잘 알려져 있다. 따로따로 설치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문 조경업체에 공사를 맡길 때 필요한 나무와 돌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상석 교수는 “꼭 크고 비싼 나무를 써야만 멋진 정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싸지 않고 작은 유실수 여러 개를 본인이 직접 심어 길러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며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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