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스칸 ‘성폭행 사건’ 급반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자 프랑스의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62·사진)을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만들었던 사건이 대반전을 맞고 있다.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를 성폭행 미수 혐의로 고소했던 호텔 여종업원의 배경과 진술에 결정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검찰은 현재 성폭행 범죄에 대한 공소 취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1일(현지시간) “스트로스칸이 가택 연금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며 "그가 보석금을 돌려받게 될 것이며 전자발찌도 제거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NYT)도 “스트로스칸을 고소했던 여성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스트로스칸 전 총재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굳게 믿었던 검찰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이 이 사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1일 법원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오른쪽) 전 IMF 총재가 부인 안 생클레르와 함께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대법원에서 가택연금 해제 판결을 받고 웃으면서 나오고 있다. [뉴욕 AFP=연합뉴스]

 NYT는 “피해 여성이 마약 밀수와 자금 세탁 등 범죄에 연루된 정황도 포착됐다”며 “여종업원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 때문에 스트로스칸이 가택연금에서 풀려나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검찰은 피해 여성이 사건 다음 날 구속 수감 중인 한 남성과 통화한 내용이 녹음된 자료를 확보했다. 여종업원은 이 남성에게 “스트로스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펴면 어떤 유리한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느냐”며 이번 사건에 대한 보수 문제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이 여성이 매수당해 스트로스칸에게 누명을 씌웠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의 남성은 대마초 180㎏을 소유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또 계좌추적 결과 이 남성을 포함한 복수의 명의로 지난 2년간 피해 여성 계좌에 10만 달러가 송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한편 프랑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이 반전 조짐을 보이자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초 사회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스트로스칸은 내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에 맞서 낙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성추문사건으로 낙마했다. 하지만 스트로스칸이 혐의를 벗는다면 그가 다시 대권 주자로 나설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사회당 출신인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는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을 당시의 충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하면서 “청천벽력이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 방향”이라며 기쁨을 표시했다.

 스트로스칸 사건은 지난 5월 14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스트로스칸은 객실 청소를 하던 아프리카 출신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스트로스칸은 보석금 600만 달러(약 64억원)를 내고 가택연금 조건으로 석방됐다. 스트로스칸은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24시간 의무적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비디오 감시 등을 받아 왔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결백을 주장해 왔다.

임현주·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