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소개] 삼국지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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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한국에 게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삼국지' 시리즈는 후속편의 숫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랜 기간 시스템의 개량과 그래픽 등의 인터페이스 변화를 거치면서 완성도 면에서 어떤 게임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시리즈물을 기초로 제작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후속작이 선보일 때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의 균형을 조작하거나 시스템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있었던 부분들을 개선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코에이의 '삼국지'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수 백명의 인물들의 능력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시리즈를 더해갈 때마다 중요한 비중을 가진 장수를 부각시키면서 해당 인물에 대한 역사적 내용을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을 첨가했다.

이런 점 때문인지 '삼국지' 시리즈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초로 제작된 수많은 삼국지 게임들 중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삼국지가 단순히 전략 시뮬레이션의 개념만을 가진 것 뿐이였다면 후속작에서도 큰 주목을 끌지 못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성격을 살리면서 동시에 역사 상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이벤트 부분을 추가함으로서 코에이의 삼국지가 소설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를 주축으로 적의 혼을 빼놓은 전략으로 유명했던 제갈공명, 전투에 있어서는 냉혈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조조, 비록 똑똑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았던 여포 등 코에이의 '삼국지'에서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인물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단순히 전투를 구상하고 조작하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개념을 뛰어넘어 게임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간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토대를 이벤트와 같은 부분에서 만들어 삼국지는 시리즈를 더하면서 소설을 뛰어넘는 방대한 스케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픽과 같은 외적인 부분에서의 변화에서 벗어나 게임적인 면에서의 변화를 요구했던 유저들의 평가가 이번 시리즈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난세의 영웅, 이번엔 당신이다
이번 작품은 시작 화면에서부터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의 메뉴를 우선 접하게 된다.

삼국지 시리즈에서 항상 볼 수 있었던 특정 지역의 군주를 선택하는 화면이 없어진 대신 신무장을 선택하는 듯한 무장 선택 화면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달고 등장했던 삼국지에서는 항상 유비, 조조와 같은 군주의 입장에서 부하를 다스리고 국력을 증강하고 군사력을 높이는 진행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후속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군주 중심의 진행 방식은 게임의 자유도를 제한시키고 일부 진행 요소만을 변경할 수 있는 족쇄와 같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런 점 때문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군주를 선택, 진행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등장하는 무장은 총 520명, 유저가 자유롭게 얼굴과 능력을 지정할 수 있는 신무장 100명까지 합하면 게임 시작 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무장의 수는 총 620명에 달한다.

나라를 지휘하는 군주의 입장이 아닌 자유로운 무장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만큼 내정, 군사 등의 메뉴가 사라지고 개인 명령과 전략 명령과 같은 새로운 메뉴를 사용하게 된다.

개인 명령은 자신의 능력을 상승시키고 주변 인물과의 친분 관계를 쌓는 메뉴이다.

힘없는 한 명의 무장으로서 힘있는 인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 인물과의 친분을 쌓는 동시에 상급자에게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군사나 군주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호기심을 쌓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등의 모든 명령을 유저가 결정한다.

또한 주변 인물과의 관계나 자신이 선택한 무장의 진로 방향에 따라 중요 이벤트 이외의 다양한 부수 이벤트들이 발생한다.

전략 명령에서는 내정이나 군사 명령과 같이 나라를 이끄는 군주나 이를 수행하는 무장이 실행하는 국가 전체의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변 인물과의 교류를 조정할 수 있는 개인 명령의 추가로 인해 삼국지라는 소설 내의 각 인물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던 복잡한 인간 관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들은 반면 너무 자유도가 높음으로서 인해 전략적인 측면이 다소 약화되었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전투 시스템에서의 변화
전략 메뉴에서 전투 화면으로 메뉴가 변경되면 전투가 시작되기 전 전투에 참가한 아군과 적군의 세력대비를 가늠할 수 있는 작전 화면이 뜬다.

작전 화면에서는 실제 전투에 들어가기 전 아군의 전투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 작전을 선택하게 된다.

적 부대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정면 돌파' 메뉴에서 성에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입장에서 농성을 결정하는 '농성전'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 메뉴에서는 적 부대와 정면 대결을 피하고 먼 거리로 돌아서 이동하는 '우회'라는 독특한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전투 진행에 있어서도 기존 삼국지와는 색다른 요소들을 경험할 수 있다.

기존 삼국지 시리즈는 전투 시스템의 변화점을 단순히 각 무장의 특수 능력의 사용 여부나 특수 유니트의 첨가 등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내용만 변했을 뿐 전투 시스템은 그래픽이나 전체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유저의 평가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작품의 전체 틀이 변한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점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군대를 지휘하는 입장이 아닌 참여하는 무장이라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무장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과 능력치에 따라서 공격 패턴과 전체 운영이 달라진다.

병량이 떨어지면 그대로 퇴각을 결정해야했던 전작과 달리 무장의 능력에 따라 소수의 병력만으로 복병이나 화공과 같은 기습 공격을 감행함으로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삼국지 전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일기토 또한 무장의 개성이 부각된 이번 작품에서 화려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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