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97―박영훈이 지목한 패착 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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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1국> ○·구리 9단 ●·허영호 8단

제9보(87~98)=중앙 넉 점을 놔두고 백△로 헤딩한 수는 강수일까. 아니다. ‘강타’라고 느끼면 하수, ‘재미있다’고 느끼면 중간 실력, ‘가볍다’고 느끼면 상수다. 바둑이란 오묘해서 백△라는 도발(?)에 정작 조심해야 할 쪽은 흑이다. 가령 ‘참고도1’ 흑1로 감아 넣고 싶지만(이게 최강수다) 백2를 당하면 다음이 어렵다. 중앙 넉 점을 잡아도 상변이 뭉개지면 흑은 실리 부족에 걸려든다.

 허영호 8단은 87로 조심했고 구리 9단은 88, 90으로 타이밍 좋게 연결해 간다. 외로워 보이던 중앙 백이 순식간에 탄력을 갖추자 흑의 진영에 비상이 걸린 느낌이다. 중앙 흑도 불안하다. 뭔가 작전을 변경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허영호는 애당초의 각본대로 91, 93으로 쫓은 뒤 97까지 쇄도해 들어간다. 백을 공략해 좌변을 지운다는 각본 말이다. 하나 구리 9단의 반격(98)이 통렬하다. 허영호도 숨이 막히는지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박영훈 9단은 97을 패착 1호로 지목했다. 97로는 ‘참고도2’ 흑1로 자중해야 마땅했다는 것. 백 2로 좌변을 지키면 흑도 3으로 상변을 지켜 긴 승부였다는 것. 98을 당해서는 흑 대마 전체의 안위가 심각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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