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4마리 CCTV 체크 … 구제역 걱정 안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김성열씨가 농장의 폐쇄회로TV들과 인터넷으로 연결된 노트북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한우 사육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오종찬 프리랜서]


서울 광화문에서 남쪽으로 직선을 그으면 닿는, 한반도의 정남(正南)에 자리한 전남 장흥군. 그곳은 사람 수(4만3000여 명)보다 한우 수(5만2000여 마리)가 더 많다. 경기도 안성(7만4000여 마리)과 경북 경주(6만5000여 마리) 등에 이어 전국 시·군·구 중 다섯 번째로 한우가 많다. 이곳의 한 한우농장이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농어촌 진흥 기관장 초청행사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축산에 접목하고 철저한 혈통 관리와 ‘호텔급’ 축사로 명품 한우를 길러낸 성과를 인정받아서다.

 29일 장흥군 용산면 인암리 ‘부용축산’. 면적 2225㎡의 축사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농장주 김성열(55)씨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농장에서 1㎞가량 떨어진 집에서 취재진의 농장 방문을 확인했다고 한다. 암소·송아지를 기르는 번식우사와 비육우사 등 축사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8대가 인터넷 망으로 연결된 덕분이다. 그는 “ 축사 관리에 시간·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CCTV가 암소의 분만 과정과 갓 태어난 송아지의 상태, 사료·물 상태 등 축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 행사 때 400㎞ 넘게 떨어진 이 농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무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축사에서 사육되는 한우는 총 114마리. 축사 중간엔 ‘개체별 번식 기록판’을 만들어 이들의 수정·분만·백신 접종 일자, 송아지 초유 급여 여부 등을 꼼꼼하게 써 놓는다. 집에서 쉬다가 분만 등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갈 수 있다. 김씨는 “서울과 광주로 일 보러 가더라도 컴퓨터만 있으면 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곳은 혈통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일관사육(농장에서 분만한 송아지를 비육우로 계속 키우는 것) 농가 . 2009년 ‘한우 명품화 시범농가’(농촌진흥청)로 선정돼 개별 암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우량 정액’을 공급받아 개량하고 있다. 이 결과 1+ 등급 이상 고급육 출현율이 62%에서 83%로 늘면서, 소득도 마리당 평균 60만~120만원이 올랐다.

 동물의 복지도 관심을 두는 부분이다. 농장 주변에 조경수를 심고,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남은 나무를 갈아 바닥에 깔고 있다. 소가 마실 지하수는 정수기로 걸러서 사용한다. 이 덕분에 매년 1~2건 있었던 송아지 폐사가 지난해부터 사라졌다.

 방역도 남다르다. 축사 입구에 들어서면 바닥에 설치된 분무기가 차량 전체와 신발 바닥을 소독한다. 축사 천장에 설치된 안개 분무 시스템은 구석구석으로 소독약을 뿜어댄다. 올해 초까지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 때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던 이유다. 파리를 잡는 데도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한다. 장흥군 농업기술센터의 제해신씨는 “축사마다 ‘파리 킬러 랩터’(파리의 발생단계 중 번데기 단계의 기생성 천적인 배노랑금좀벌)를 주머니에 담아 놓은 게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흥=유지호 기자
사진=오종찬 프리랜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