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비운의 스타' 강혁 재기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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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등록 파문으로 프로야구에서 영구제명됐다가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비운의 스타' 강혁이 이어지는 불운을 딛고 올 시즌 재기를 위한 몸부림이 치열하다.

강혁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알로하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자체 청백전에서 9회초 좌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2루타를 뿜어내 역전승의 주역이됐다.

아마추어 국가대표시절 외국 선수들에게까지 '백넘버 10번'으로 널리 알려진 강혁의 트레이드 마크가 바로 우중간이나 좌중간을 칼날같이 가르며 날아가는 2루타.

전성기 때의 바로 그 타구가 나오자 강혁은 "이제야 감이 오는 것 같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안타 제조기', 또는 '장효조 이후 가장 뛰어난 부채살 타법 왼손타자'라는 칭찬을 받아온 강혁이 단 한개의 2루타에 감격한 것은 지난해 어렵게 프로 유니폼을입었지만 잇따라 찾아온 불운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지난 1년에 대한 회한 때문이다.

신일고 재학시절 초고교급 타자로 이름을 떨치던 강혁의 불운이 시작된 것은93년 두산(당시 OB)과 입단계약을 파기하고 한양대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프로야구에서영구제명되면서 비롯됐지만 프로선수가 된 뒤에도 불운은 계속됐다.

지난해 이맘때 그토록 고대하던 프로선수 유니폼을 입고 떠난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장에서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해 도중에 귀국했고 시즌 말까지 치료와 재활에 매달리느라 기대했던 화려한 데뷔는 물거품이 됐었다.

올해 다부진 각오로 시작한 하와이 전지훈련도 수비연습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하는 통에 며칠동안 방망이를 잡아보지도 못하는 등 어긋나 버렸다.

동료들보다 훈련 진도가 늦어진 강혁은 밤늦도록 호텔 부설 수영장에서 스윙연습을 하면서 타격감각을 되찾기 위해 땀을 쏟아낸 결과 이날 비로소 제대로 맞은 타구를 날린 것.

그러나 강혁의 앞날은 장미빛 미래라기 보다는 가시밭길 시련이 더 많다.

오랜 세월 알루미늄 방망이에 익숙해진 스윙은 하체가 받쳐주지 않아 아직도 타구에 힘을 싣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송재박타격코치는 "공을 방망이에 맞히는 데는 따라갈 선수가 없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상체와 팔로만 스윙하는 버릇이 남아있어 이를 고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강혁에게 더 큰 불운은 바로 포지션이 타이론 우즈와 겹치는 1루수라는 점.

김인식감독은 우즈와 강혁을 상대 투수에 따라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긴다는 복안이지만 상대투수가 왼손일 때는 아예 경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출장기회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강혁은 그러나 "우즈를 밀어내고 붙박이 1루수자리를 꿰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랜 비운을 딛고 대망의 프로 선수가 된 강혁이 2년째 전지훈련장에서 부상을당하는 불운과 '홈런왕' 용병이라는 걸림돌을 이겨낼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호놀룰루=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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