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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대장암 3~4년에 한 번 들여다보면 예방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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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탁
천안 예일병원 원장

오늘날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주범은 전쟁도, 교통사고도 아닌 암이다. 지금도 수많은 환자들과 환자의 가족들이 암으로 인한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신음하며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수명 80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4.0%로,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로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서러운 일인데, 3명 중 1명의 노인은 의지가지 없이 달랑 혼자여야만 하는 것이라니, 생각만으로도 힘이 쭉 빠지는 게 벌써부터 살맛이 나질 않는다.

암 발생률을 살펴보면 남자의 경우 위암, 갑상선암, 대장암 순이고, 여자의 경우 갑상선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의 암 발생률 순위로만 보면 소개한 바와 같지만 간암, 폐암의 발생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 전립선암, 유방암, 대장암의 발생률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암이 이토록 무섭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렇듯 암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암이 생겨날 때부터 이미 암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좁쌀만큼 하찮은 크기의 암이라 할지라도 이미 암으로서 갖춰야 할 자격을 충분히 갖춘 채 태어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비극이 초래되는 것이다. 무슨 수로 좁쌀만 한 크기의 암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모든 암이 이런 특징을 지닌 채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다.

예외도 있는데 대장암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대장암만큼은 이 룰에서 멀찌감치 비켜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용종)에서 유래되며, 선종이 암으로 탈바꿈하기까지는 평균 5~7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굶주린 이리처럼 흉측한 대장암이라 할지라도 불과 몇 년 전에는 양처럼 온순하기 그지없는 용종이었다는 얘기다. 거의 모든 대장암이 처음에는 암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꽤 오랜 동안 암이 아닌 채로 우리 몸 속에서 지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장암은 인간을 위해 5~7년을 기다려준다.

 사람으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대장암의 눈물겨운 기다림과 인내를 거들떠보지도 않다가는, 덜컥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고서야 대장암을 향해 가자미 눈을 한다.

3~4년에 한 번 꼴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기만 하더라도 용종은 암이 아닌 용종 단계에서 발견될 테고, 그럴 경우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하면 그만이다. 이런데도 대장암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주범 중 하나라니, 이게 어디 말이 될 법한 소린가.

대장암이 너무 한 건지, 아니면 사람이 너무 한 건지 나는 큰소리로 묻고 싶다. 대장암에 걸린다는 것은 어른 팔뚝만한 한 끼 샌드위치를 한 손에 든 채 다른 손에는 다이어트 콜라를 든 것과 같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남호탁 천안 예일병원 원장

남호탁 원장 약력

· 의학박사, 수필가

· 대한 대장항문병학회 정회원

· 저서, 『똥은 기똥차다』 『똥꼬 의사』

『수면내시경과 붕어빵』

『대장항문 병의 이해』

· 한국경제TV ‘일과 사람’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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