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풀무원이 운영 … 요즘 바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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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구내식당이 공정·서민 코드로 애용된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김영삼(YS) 대통령 시절, 청와대 칼국수도 그랬다. YS는 입버릇처럼 “역사와 국민 앞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칼국수는 그런 점을 잘 부각시켜주는 일종의 상징이었다. 청와대 식사는 으레 칼국수였다.

 그 바람에 관가 분위기도 달라졌다. 구내식당만 성황을 이뤘다. YS 정부 출범 초기인 1993년 3월 15일 본지는 이렇게 전했다. “황인성 총리는 …(중략) 거의 정부종합청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든다. 조찬·오찬·만찬을 겸한 국무위원들 회의도 종합청사 구내식당에서 주로 열린다. 장·차관뿐 아니라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공무원 숫자가 부쩍 늘었다. 새 정부 들어 모두 10% 이상씩 늘었다.”

 이명박 정부에선 YS 때와 같은 ‘취향의 통일’은 없었다. 하지만 2009년 이재오 당시 국민권익위원장(현 특임장관)이 “점심은 5000원짜리를 먹자”고 발언해 공직사회를 긴장시켰다. 취지는 좋았다. “영세 음식점은 우리가 안 팔아주면 장사할 데가 없으니 거기서 먹자는 거다. 구호에 그치지 말고 몸으로 친서민 행보를 하자”는 얘기였다. 당장 불만이 터져 나왔다. 칼국수도, 김치찌개도 6000원인 곳이 숱한데 이 위원장이 실정 모르고 한마디 하는 바람에 공직사회만 긴장시켜 되레 서민경제에 도움이 안 됐다는 것이다.

 요즘 갑자기 늘어난 손님 때문에 과천청사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풀무원 계열 ECMD 직원들이 바빠졌다. 하지만 속마음은 꼭 편치 않아 보였다. 풀무원 관계자는 “우리가 로비해서 구내식당 이용객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뭔가 부당하게 이득을 얻는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참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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